앞선 마음
설렘인지 조차 모르고
수줍게 바라만 보다가
우연찮게 함께 한 술자리에서 이내 깨달은 마음.
편안한 친구로서, 동료로서
여태껏 경험해 본 적 없던 마음으로
그를 대하는 것은 참으로 엉성했다.
술의 기운을 빌어
서로를 바라보다
가벼이 시작할 수 없는 나이의 장벽
직장 동료라는 장벽
기껏 얻은 친구를 잃기 싫다는 두려움
결국은 현실과 비겁함에 타협해
서로를 포기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분홍빛 수줍음으로 시작해서
짙은 자줏빛 마음까지 내달아 상상의 나래에 갇혀
상상이 현실인양 착각하고 말았다.
나의 앞선 마음이
시작한 적도 없던 관계를 이별로 만들었다.
새로운 아침,
차마 얼굴을 볼 수 없어 빙 돌아 자리로 간다.
나의 앞선 마음은
그 누구도 알아챌 수 없지만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에
나의 분홍이 어서 옅은 초록빛이라도 띄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저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