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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Jan 30. 2024

오늘의 글쓰기

B급 로코 영화 메이트

오랜만에 대학 후배랑 연락이 닿았어. 친구가 연애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뜸해졌는데, 오랜만에 연락이 되니 반갑더라. 이 친구는 내  소중한 영화메이트거든. 그 이유는 나와 ’B급 로코‘ 코드를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귀인이기 때문이야. 그 왜 있잖아.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이 오글거리는 대사를 주고받고, 적당한 SF소설 같은 분위기를 내면서, 씬의 분위기, 감정을 집중하다 보니 ‘인과‘는 어느 정도 개나 줘 버린 결말을 만들어버리는 영화. 이해를 돕자면, 내 인생 드라마가 2012년 TV조선에서 방영한 유승호, 박은빈 주연의 ’ 프러포즈 대작전‘이라는 드라마야. 남자 주인공인 유승호가 8살부터 소꿉친구인 박은빈의 결혼식날 자신의 사랑이 박은빈이란 걸 알고, 타임리프를 하면서 박은빈을 얻으려고 하는 그런… 몽글몽글한 내용의 드라마야. 한 줄만 봐도 알겠지만 일본 원작인 만큼 오글거리고 유치해. 그래도 난 정말 과몰입해서 즐겼단 말이야.  이런 몽글몽글 치사량 정도의 감성을 가진 마이너 한 장르를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친구? 정말 흔치 않거든. 그러다 보니 서로 영화 추천도 해주고 영화에 대한 얘기도 나누게 되었어.


22년이었던가? 유튜브 광고에서 ’ 동감‘이라는 영화의 예고편이 나오더라. 첫 장면에 화면을 가득 채운 조이현의 얼굴에 ‘헉’했고, 그리고 나오는 오래된 통신기기 소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어. 오랜만에 건너뛰기 버튼 안 누르고 끝까지 다 봤다. 98학번의 여진구와 98년생 조이현의 시간선을 뛰어넘은 로맨스 장르였는데, 심지어 서로 연애 코치를 해주는 내용이었어. 진짜 너무 재밌을 것 같지 않아? 저들은 무엇 때문에 만나게 되며, 슬퍼하게 되고, 엇갈리고, 서로를 생각하게 될까? 너무 내 취향이었어. 개봉 날짜를 보니 딱 한 달이 남았더라.

그래서 그 당시 여자친구한테 예고편 얘기를 하면서 개봉하면 같이 보러 가자! 했었지. 하지만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그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말았지.(이 글의 가장 큰 반전은 어쩌면 이거 일지도)그래서 같이 볼 사람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어. 그때 이 친구 역시 실연의 아픔을 겪었고, 우린 술 한잔 하지 않고 청계천을 터덜터덜 걸으면서 ‘동감이나 같이 보자…..’ 약속을 잡았지. 영화를 보고, 혜화 cgv근처 롯데리아에 들어가서 영화 후토크를 나눴어. 이 영화는 유지태 김하늘의 ’ 동감‘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였는데, 약 20년이 지나 리메이크를 한 만큼 난 세월의 갭을 어떻게 메꿀지를 굉장히 기대했었어. 사실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영화였거든. 그래서 난 다른 사람들이라면 ’ 개연성은 부족하고 클리셰만 들어있는 영화‘라며 혹평을 했을 거라 생각해. 실제로 흥행이 그렇게 되지 않았지. 하지만  이 친구는 ’이게 20세기의 감성…? 오히려 좋아 ‘라고 하더라고. ‘역시 내 영화 메이트다’ 싶었지. 그리고서 우린 주인공 남자가 갑자기 잠적했다가 나타난 이유, 주인공의 급작스러운 감정선의 변화 등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롯데리아 햄버거와 함께 음미했지.

기억도 안나는 20세기의 감성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난 ‘20세기 소녀’라는 김유정 변우석 주연의 영화를 친구에게 추천했어. 그 영화도 22년 개봉의 영화였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류의 영화였거든. 21세기의 한효주가 20세기 고등학생의 김유정이 되어 전학 온 남자 주인공 변우석과 그의 절친 남자인 친구, 그리고 김유정의 절친 여자인 친구 넷이서 그리는 연애 이야기였어. 그리고 동감과 비슷한 결이야. 제목부터 ‘20세기 소녀‘인 만큼, 결말도 정말 20세기스럽거든. 스포를 하진 않을게. 난 즐겁게 봤지만 추천하진 않아…. B급 로코 상급자용 영화야.


”요즘 뭐 해~ 축구나 함 해야지~ 아님 영화 한 편 보던지~요즘은 재밌는 영화 없나~? “

“요즘은 우리 감성 영환 없더라… 뭐 액션이나 보러 가자 형.”

“그래~ 외계인 2부나 보러 가자~” “아, 우리 취향 아닌데~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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