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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Jan 31. 2024

오늘의 글쓰기

고기능 사이코패스 셜록의 공감능력.

어제는 인생 드라마를 꼽았었는데, 오늘은 인생 ‘애니메이션‘으로 글의 시작해야겠다. 내 최애 애니메이션은 ’명탐정 코난‘이야. ’ 추리 천재 명탐정이 검은 조직의 약물을 먹고 초등학생의 몸에 갇혔다. 검은 조직의 눈을 피해 그들을 음모를 파헤치는 추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게 된 이윤 간단해. 주인공인 추리가 기깔나고, 여 주인공이 예뻤거든. 어떤 90년대생 남자아이가 코난을 싫어하겠어. 코난을 보며 범인을 맞추고, 살인 방법을 맞췄을 때 소소한 기쁨을 느끼며 나도 탐정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지. 이러한 추리물은 날 중독시켰고, 이후 ’탐정학원Q‘, 같은 애니부터 방탈출 카페까지 추리하고 답을 맞히는 모든 포맷을 좋아하게 되었지. TV채널을 스스로 바꾸게 된 순간부터 추리를 찾아다닌 결과, 난 꽤나 좋은 관찰력을 가지고 있어. 그것을 활용해 방탈출도 곧잘 풀고, 추리 문제도 잘 맞추지. 나와 추리를 함께하고 싶다면 언제든 환영이야.


하지만 모든 추리 thing을 좋아한 건 아니었는데, 중학생 때부터 추리 ‘기계’의 냄새가 풍기는 건 지양해. 코난에 한참 빠져 ‘이번 환 사람이 어떻게 죽을까. 범인은 누구야?’라고 생각하며  ‘사건파민’에 중독되었던 내게 “진짜로 소중한 사람을 일은 슬픔은 드라마나 게임 수준이 아니니까.”라는 모리 코고로(유명한)의 명대사는 충격이었어. ‘사건’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 속에 사는 ‘인물들’의 감정을 무뎌져있는 날 발견한 거야. 나 스스로가 조금은 무섭더라. 그리곤 곧 ‘알리바이를 들킨 범인’처럼 부끄러워졌어. 그 뒤로는 그런 감정을 무뎌지게 하는 것들에 대해 조금은 경계하며 콘텐츠를 소비하려 노력했어. 코난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야. 비범한 사고 능력을 사용해 범인을 잡는 주인공이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같이 보여주다니. 얼마나 매력적인 서사야.

영국 드라마의 ’ 셜록홈즈‘가 딱 추리 ’기계‘의 느낌이었어. 고등학교 때 친구가 나에게 추천해 줬었는데, 정확히 한 20분? 보고 그 뒤론 안 봤어. 드라마 속 셜록홈즈는 ’ 사람이랑 관계를 맺을 줄 모르며 지 잘난 맛에 사는 사이코패스‘ 느낌을 풍겼거든. ‘사건’에만 몰입해 아버지가 살해당한 아들 의뢰인 앞에서 “정말 대단한 살인 방법이야. 멋진 케이스군”이라 외치는 셜록은 나에겐 경계 1순위 인물이었지.


그런 셜록을 최근에 정주행하고 있어. 시즌3과 영화, 4까지를 보면서 드라마 포맷의 변화를 느꼈거든. 시즌 1,2까지는 ‘사건’에 집중한 스토리 텔링을 했어. 그렇기에 주인공은 ‘셜록’이었지. 드라마의 재미는 셜록의 천재성, 사건의 흥미진진한 장치였지. 하지만 시즌2 말미에 셜록의 자살위장으로 인해 시즌3의 시작은 자연스레 ’ 왓슨‘의 시점으로 시작 돼. 그리고 이어지는 시즌에선 이전 시즌까지 다루지 않았던 인물들의 ’ 캐릭터, 성격‘을 보여주며 그들을 인간으로 담아내려 노력해. 물론 사건을 해결하지만, 사건에서 ’ 인물‘로 초점이 넘어간 느낌을 받았어. 사건의 비중이 줄어드니 극적 반전은 줄었지만, 캐릭터들의 상황 변화와 심정 변화와 다뤄 입체적으로 인물을 설명하려 하는 게 나름의 재미가 있더라.


바뀐 드라마의 경쟁력을 잘 살렸다는 느낌을 받은 건 시즌 4의 2화였어. 시즌을 거듭하며 결혼을 한 왓슨(여자랑). 알고 보니 그 여자는 세계적 암살 요원이었고, 셜록은 하나뿐인 친구 왓슨의 신혼을 지켜주기 위해 그 여자의 정체를 숨기려 노력하지. 심지어 ‘맹세합니다’라고 까지 말을 했어. 홈즈의 그러한 맹세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녀는 셜록을 지키려다 세상을 떠나지. 똑똑한 아내는 죽기 전에 미리 찍어 둔 영상을 홈즈에게 보내 남편을 구해달란 의뢰를 남겨. 홈즈는 의뢰를 받은 탐정으로서, 왓슨의 친구로서 자신을 죽기 직전까지 몰아가면서 그 의뢰를 완수하지. 사건 종결 이후 왓슨과 홈즈는 예전처럼 집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데, 왓슨은 홈즈에게 ‘그녀가 죽은 건 너의 탓이 아니야.’라고 말하며 홈즈를 용서해. 그리곤 홈즈에게 부인을 떠올리며 좋아하는 여성과 데이트를 하라고 이야기하지. 그 데이트를 할 수 있을 때 하라고. 그건 굉장히 축복받고, 소중한 기회라고. 그리고 갑자기 자신의 바람을 고백해. 떠나보낸 부인을 떠올리며 홈즈에게 사랑을 강요하다가 자신의 바람을 고백하다니, 놀라운 전개지. 더 놀라운 건 그 뒤 셜록의 행동이야. 스스로를 ’ 고기능 소시오패스‘라 말하며 사람을 총으로 쏴 죽이던 셜록이 울고 있는 왓슨에게 다가가 ‘괜찮아’라면서 그를 안아주도 토닥여줬지. ‘안 괜찮아’라는 왓슨의 말에 ‘그렇지. 근데 이게 원래 그런 거잖아.‘라고 공감을 해주는 거 있지. 극도로 발달된 소시오패스의 행동일까 아니면 마약에 덜 깬 몸이 반응한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감정을 표현하길 극도로 경계하던 홈즈가 왓슨에게 자신의 감정을 보여준 것이겠지. 셜록 모든 시즌을 통틀어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었어.


사실 아직 시즌4의 3화, 셜록 드라마의 최종화를 보지 않았는데, 여기까지만 봐도 셜록은 99% 완결된 게 아닐까 싶더라. 그래서 3화를 보기 전에 셜록에 대한 글을 적기로 마음을 먹었지. 물론 마지막화까지도 예상할 수 없는 반전과 추리가 있겠지만, 인물들을 이보다 더 설명할 거리가 남았을까? 예상을 감히 해보자면 왓슨에게 남은 하나의 딸, 그리고 홈즈의 형제들? 그 내용을 담아낸다면 마지막 한 번 더 성장하는 셜록과 왓슨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론 이대로 끝나는 것도 더 다양한 멀티벌스를 그릴 수 있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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