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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Feb 13. 2024

침묵

240213 글쓰기연습(230703 퇴고)

‘드르륵, 탁’

  문이 닫히고 경섭이 들어온다. 무채색 방안에 은은한 조명 속으로 걸어 들어온 경섭은 누워계신 어머니 얼굴을 훑어보고, 의자에 앉는다.


  “어머니, 바뀐 방은 좀 춥죠? 이해해 주세요. 금방 옮기실 거예요.”


  경섭의 말을 어머니는 무시한다.


  “어제도, 그제도, 이전에 병실에서도 침묵하시더니, 오늘도 똑같네요. 맨날 저만 떠드니 이제 할 말도 없어요 “….”이 방은 창문도 없네. “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경섭은 라이터를 딸깍거린다.


“걱정 마세요 어머니. 건물 내 금연이라서 담배는 안 펴요. 갑자기 처음 어머니가 어릴 때 읽어주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주인공이 원하는 걸 항상 손에 넣는 이야긴데… 뭐 제목은 기억 안 나고.”

 “사실 고백할 게 있어요. 저, 그동안 나쁜 짓을 저질러왔어요 엄마”

  “초등학교 3학년 때, 햄스터가 가지고 싶었어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조그만 생명. 귀여운 발톱과 인형 같은 눈에 꽂혔죠. 근데 그 햄스터가 친구네 집에 있더라고요. 햄스터가 너무 탐나서, 친구한테 햄스터를 데리고  산책을 가자했어요. 그리고 햄스터를 놓친척하고는 주머니에 숨겼어요. 친구와 찾는 시늉을 해주다가, 우는 친구를 달래 집에 보냈어요. 이제 이 햄스터를 아는 건 저 밖에 없었죠. “


‘딸깍, 딸깍’ 경섭은 라이터 뚜껑을 연신 만진다.


“기분이 짜릿하더라고요. 다리가 풀렸어요. 그래서 집 앞 그네에서 꼬물이를 데리고 놀다가 죽였어요. 훔친 걸 들키면 안 될 것 같아서. 이게 시작이었죠.”


말을 듣고 있는 어머니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자기완 상관없다는 듯.


딸깍… 딸깍…. 어느 순간부터 라이터 뚜껑은 일정하고 반복적인 위치 운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경섭은 조금 더 어머니 쪽으로 몸을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곤 어머니의 뺨을 어루만졌다.

잠자리에 들기 전 어머니가 동화책을 읽어주던 모습처럼. 그는 말을 이어갔다.


  “ 다음은 대학생 때였어요. 교정을 걷다가, 제 이상형을 보았죠. 앞머리가 있고, 눈이 동그란 그녀를 보는 순간 놀랐습니다. 제 여자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었죠. 그래서 그 둘을 갈라버리기로 했어요. 햄스터 때보다 좀 더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어요. 과정은 꽤나 지저분하니, 결론만 말씀드릴게요. 그 개 XX는 술 먹고 여자를 때리고, 성폭행한 범죄자가 되어버렸어요. 전 그 여자를 구해준 의인이 되었고요. 그 여자가 지금 제 아내예요. 어머니도 예쁘다며 참 좋아해 주실 때, ‘역시 내가 틀리지 않았다.’라 생각했어요. 초반에 우울증에 걸려있어 조금 질릴 뻔 하긴 했지만, 요즘도 제 다리들을 풀리게 해 주니까. 뭐, 이 정도야.”

경섭은 일어나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난다. 철제의 차가운 벽에 등이 닿자 경섭은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 앉는다.

“이제부터가 중요해요. 최근에 제가 정말 가지고 싶은 게 생겼거든요. 서울 진관동에 2층짜리 주택이에요. 정원에 풀장이 아름답고, 건물 중간에 있는 화로는 제 감성을 자극했어요. 그리고 복층 계단까지, 그곳에 있는 Tv까지…. 모든 게 제 취향이었어요. 근데, 역시 좋은 집엔 주인이 있더라고요. 쯧. “

“왜 그 집에 들어가셨어요. 뺏고 싶게.”

경섭은 라이터는 점점 더 속도를 높여가며 딸깍 댄다

“그래서 지금 누워계시는 거예요. 어머니. 그냥 나 줬으면 좋잖아. 꼭 내가 움직여야겠어요? “




팅!




순간, 딸깍이던 라이터 뚜껑에서 스프링이 튄다. 스프링은 어머니 볼에 떨어진다.




“북악스카이웨이에서 우리 차가 절벽 밖으로 튕겨 나갔잖아요. 엄마, 형, 형수 타 있던 차에. 브레이크가 안 먹었다던데.”

경섭은 어머니 볼에 스프링을 치우려 하지만, 풀린 다리 때문에 쉽게 일어나지 못해 포기한다.



“그거, 제가 한 거예요. 죄송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집 예쁘게 꾸며볼게요.”

경섭은 미친 듯이 웃는다.

 한참을 웃다 경섭은 벽을 짚고 일어나 어머니에게 간다.

  “그저께 형을 봤어요. 이 자리에서. 죽은 자는 말이 없더라고요. 당연한가. 형은 얼굴이 일그러져 웃는 걸 못 봤는데, 우리 엄만 마지막에도 웃고 있네. 보기 좋다. 잘 가요 엄마.” 볼에 있는 스프링을 회수한 경섭은 문으로 향한다.


‘드르륵, 탁’


 방을 나서자 직원이 다가온다. 경섭은 대기하고 있던 의사에게 말을 건네며, 병원을 나선다.

“장의사님, 고생하십니다. 입관확인했으니, 절차 진행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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