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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Feb 05. 2024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지금 봐야 하는 이유.

240205 오늘의 글쓰기.

[드라마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드라마 시청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유의해주세요..!]


입춘이 지난 오늘, 겨울이 심술을 부리는 듯 눈을 뿌려준다. 그런데 오늘처럼 비가 섞인 눈은 참 애매해. 눈이 내릴 때 포근함과 설렘도 조금, 비가 올 때의 적적함과 우울함도 조금 있는 애매~한 날이야. 카페 창가에 앉아 눈비를 보는데, 작년에 흥행했던 ’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 드라마 속 박보영의 캐릭터 정다은이 생각나더라. 평소 천사 같은 성격의 정다은이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우울증을 겪게 되는 성격의 변화가 마치 눈비 같달까. ‘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는 작년에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만데,  코로나가 끝난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이 드라마의 메시지가 굉장히 뜻깊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 그 이유는 내가 코로나 시기에 겪었던 경험을 통해 얘기해 볼게


그런 삶은 처음이었어. 신문과 뉴스에선 코로나의 위험성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며 경고를 했고, 매일아침 뉴스에 전날 대비 늘어나는 확진자의 수를 보면서 ‘와 이러다가 인류가 정말 멸망할 수 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며 겁을 먹었지. 그래서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어. 군대 훈련소보다도 더 한 공간에 오래 머물렀다니까? ENFP인 나에게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밖을 돌아다니지 못하고, 축구를 하지 못하는 건 정말 너무나 힘든 일이었어. 그래도 ‘모두가 그러려니…’하면서 하루하루 코로나가 끝나기를 바랐을 뿐.


하지만 스트레스는 쌓이고, 풀지 못한 스트레스는 병이 되었어. 그러다가 일이 터졌지.

우리 집은 아파트는 2020년 당시 90년대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쓰고 있었어. 어느 날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2층을 올라가는 동시에 ’쿵‘하고 주저앉았어. 1층과 2층사이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2층으로 올라가려다가 1층으로 다시 내려가더라고. 순간 심장이 ‘철렁’했는데, 너무 무섭더라. 엘리베이터 안에 있으면 죽을 것 같았어. 문제는 그게 한두 번이 아니라 연속으로 3번 정도 그랬던 거지.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를 탈 수가 없겠더라고. 우리 집이 12층임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어. 엘리베이터를 멀리하면 내 마음이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한번 흔들리기 시작한 마음의 파도는 잦아들지 않았어.

집에 앉아 있을 때면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윗집 쿵쿵대는 소리, 세탁기의 진동,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등등 온갖 소음이 들릴 때마다 견딜 수가 없었어. 아파트가 곧 무너질 거는 생각이 날 사로잡았지. 그렇게 불안해서 마루로 나가면, 마루 바닥이 조금은 휘어있는 것 같았어. 아파트가 서서히 기울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거지. 무서운 마음에 핸드폰에 수평계 어플을 깔아서, 온 집안의 수평을 재고 다녔어. 1도라도 수평이 아닌 곳이 나오면 그 주변을 몇 번이고 다시 측정했지. 그것도 모자라 집 밖에 공용 계단, 아파트 외벽까지 측정을 했어. 별 이상은 없더라고. 그럼에도 너무 불안해서 동사무소에 찾아가 아파트 안전 단계를 물어보고, 엘리베이터 정기 검진 특이사항을 물어보는 지경까지 갔어. 정말 스스로 미칠 지경이더라. 그제야 가족에게 말을 했어. 그전까진 ‘내가 약한 거다. 내가 유별난 거다’라는 생각 했고, 부끄러운 것이라 생각해서 말을 안 했었거든. 그래도 내가 죽겠으니까, 용기를 내서 말을 한 거지.


병원에 진단 결과는 ‘불안 장애’였어. 한동안 매일 약을 먹었고, 그렇게 되니 조금씩 호전되더라. 그리고 생각 외로 가족들도 ‘시간 지나면 괜찮아진다’, ‘원래 콘크리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져서 괜찮다’라면서 나를 위로해 주었지. 뉴스에서도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를 가져오며 국민의 40.7%가 ’ 불안, 우울‘을 경험했다고 하더라. ‘나만의 일‘이 아닌 사회 구성원 다수가 느끼는 경험이라 생각하니 ’다 같이 이 불안과 우울을 서로 토닥이고 응원해 주면 이겨낼 수 있겠구나 ‘ 싶어서 굉장히 심리적 위안을 받았어. 이 경험을 통해 정신병이라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니고, 누구나 겪는 흔한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그리고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본 거지. 내가 집중하고 싶은 드라마의 메시지는 ‘정신병 환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야. 우울증에 걸려 자살시도를 한 간호사 정다은이 과연 정신병동 환자들을 돌볼 수 있을까? 정다은의 정신과 입원 전적을 이유로 보호자 연대는 정다은 간호사를 해고하라며 항의를 하지. 병원 측과 보호자 연대의 면담 자리에서 수간호사님은 보호자 대표님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병희 어머님, 아픈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려는 것 자체가 욕심인 것 같으시다고요? “

어머님은 “네”라고 대답하셔.

그 대답 이후 수간호사님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를 전달하지.


  “그럼 병희 님도 평생 집에서만 숨어 살아야겠네요. 다른 환자분 모두 평범한 생활 못하고 집에만 있으셔야겠네요. “

  “왜요. 가족에게 이런 말 하니까 가슴이 찢어지세요? 근데 방금 한말, 환자분들이 사회로 나가면 들어야 하는 말입니다…….

   왜 하필 우리 애가. 우리 가족이. 왜 하필 내가. 정신병이란 그런 겁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예상할 수 없는 병이요. “


내가 꼽은 이 드라마 최고의 명대사야.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정신병원에 들어온  환자들의 보호자라는 사람들이 정신병 이력이 있는 간호사를 해고하라는 장면은 다시 봐도 참 아이러니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정신병은 특별한 것이 아닌, 그냥 평범한 사람들도 겪을 수 있는 특이한 병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생각해.


난 이 메시지가 너무 좋았어. 참으로 공감되었거든. 이전까지 미디어는 정신병의 ‘특이함’을 주요 포인트로 가져왔어. 영화 말아톤, 드라마 굿닥터, 우영우 등등 모두 장애가 있지만 비범한 능력으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삶을 그렸었거든. 하지만 이 드라마는 달라. 그러한 정신병은 일상에 존재하는 병일 뿐이라고, 그렇기에 우리가 특이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그냥 환자의 일뿐이라고. 이렇게 말하고 있지.

작년에이 드라마를 보며 코로나 블루를 겪은 사람들에겐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일이다’라는 위로와 나날이 각박해져 가는 삶에서 증가하는 정신병의 위험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드라마였기에 참으로 뜻깊은 드라마다..!라고 생각했던 웰메이드 드라마야.


요즘도 내가 계단으로 12층을 오르락내리락할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해 보자면, 작년에 우리 단지 엘리베이터가 모두 교체되었어. 아주아주 빠르고 안전하더라. 이제는 엘리베이터 잘 타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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