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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Mar 13. 2024

#마술 1. 왜 우리는 ‘마술 같다’라고 하지 않을까?

마술과 마법의 차이.

브런치북에는 ‘사람’ 얘기를 적기로 했으니, 평상시 글에는 내 다른 관심사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마술! 마술사를 존경하는 사람으로서, 마술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만들고 싶은 예비 PD로서 이야기해보고 싶었고, 다른 분들이 마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해요!


첫 번째 이야기니까 내가 접한 마술, 마법을 얘기하면서 웜업을 해보자!

정말 신기하거나 ‘어캐했누’ 싶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마법 같다!!!’라는 말을 일종의 칭찬이자 감탄사로 사용하잖아. 근데 우린 평소에 ‘마술 같다!’라곤 하지 않는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사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 중 마법은 없어. 마술만 있을 뿐이지. 근데 왜 사람들은 신기함을 느낄 때 ‘마술 같다!’라고 하지 않는 걸까? 그게 오늘 글의 주제야.


마술과 마법은 뭘까?


내가 처음 magic을 알게 된 건 5살 때였어. 2001년…?이었던 것 같아. 아빠의 손을 잡고 영화관을 쫄래쫄래 따라갔어. 그때 본 영화가 j.k롤링의 역작, ‘해리포터-마법사의 돌’이었거든.

2m에 달하는 거인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해리를 마법사의 세계로 이끌고, 나무 지팡이를 휘두르면 물건이 둥둥 뜨고,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사람들을 보고선, ‘magic’이라는 단어에 꽂혔어.


그날 이후 추석 특집, 설특집에 마술쇼는 다 챙겨봤던 것 같아.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자유의 여신상 없애기부터 닥터 레오의 상하체 분리 마술, 이은결의 스테이지 탈출 쇼 등등 많은 영상을 봤지. 어린 나에게 마술이나 마법이나 그게 그거였어. 둘 다 신기하잖아. 둘 다 magic이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마술, 마법의 개념이 뒤섞인 채 시간은 흘렀고, 10살 즈음이었어.

마술 영상을 보다 보니, 내가 알던 magic이랑은 조금은 다른 거 있지. 왜 저 사람들은 지팡이도 안 쓰고, 명창도 안 하지?

그래서 아빠한테 “아빠, 저 사람들은 왜 지팡이 안 써?”라고 물어봤어. 그랬더니 아빠가

“해리포터는 마법을 쓰는 거고, 저 사람들은 마술을 하는 마술사야. 사람들을 그럴듯하게 속이는 거지. 저 사람들은 마법을 쓸 수 없단다. 그리고 마법은 없어, 그러니까 저런 거 볼 시간에 공부나 하렴 “이라고 말했어.


이럴 수가. 저게 다 가짜라고? 어린 나에겐 큰 충격이었어. 그리고 속이는 거라니. 어리지만 속인다는 단어가 참 마음에 안 들더라. 내가 속았다지만 현상을 보고 놀라고, 재미를 느낀 그 감정은 진짠데.

그리고 아빠는 내가 보는 마술사들의 트릭을 나한테 설명해주려고 하더라. 그걸 알면 공부를 하러 갈 거라고 생각해서였을거야. 뭐가 되었든 난 해법을 듣기 싫었어. 이은결, 최현우 등 마술사들이 ‘그저 사람을 속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싫었거든. 그렇다 보니 해법을 아는 건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


큰 충격을 받은 나는 마술, 마법을 인터넷에 쳐봐. 둘 다 영어로는 magic인데, 한국어로는 뜻이 달랐어.

마법은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 혹은 초자연적인 힘을 통해 현실을 조작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기술.”

마술은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는 술법. 또는, 여러 가지 도구나 손재주로 사람의 눈을 속이는 술법.”이라고 정의하더라


쉽게 말해서 마법은 현실에 없는 거고, 마술만 있다~인 거지. 영어로 마법은 ‘supernatural’, 마술은 ’magic trick‘ 이렇게 세분화되어 있더라. 그제야 난 내가 알던 magic의 실체를 마주했어. 카퍼필드나 최현우보단 해리포터가 하는 magic을 더 좋아하던 초등학생에겐 꽤나 큰 일이었어.


정말 솔직하게 처음엔 실망했어. 마법사가 없다니. 멀린은 뭐야. 홍해를 가른 모세도 마법사 아니었어? 내가 좋아한 게 절반은 미디어, 이야기 속 허구고, 나머지 절반은 그럴듯하게 보이는 가짜라고?


솔직히 디지몬은 없을 걸 알았지만, 마법사는 있을 법하잖아? 아구몬은 없어도 해리포터는 있을 법하니까… 현실을 알았음에도 10살의 난 magic을 포기할 수 없었어. ‘마법은 없어, 그래도 마술은 있는 거잖아. 그럼 난 마술 할래’라고 간단하게 생각했어. 마술을 배우고 싶었지. 하지만 월화수목금 하루에 2개씩 몰아치는 학원에 거기서 주는 숙제를 다하면 잘 밤 10시. 마술을 배울 시간도 방법도 없었어. 부모님도 공부나 하지 무슨 마술이냐 했고. 그래서 마술사라는 직업을 마음속에서 품고 있었지.


그러다가 12살 12월, 캐나다 밴쿠버로 유학길에 올랐고, 그곳에서 내 호그와트를 찾았어. ‘lord roberts elementary school’라는 학교를 다녔는데….

-마술 2. ‘내 인생의 professor 덤블도어’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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