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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Jan 21. 2024

24.01.20 글쓰기 연습

축구라는 물통의 악취

내가 가장 또렷하게 기억하는 인생 첫 기억은 5살 때이다. 서울에 살면서 매주 한두 번씩 이촌 한강공원에 있는 '차범근 축구교실'에 가서 축구 배웠다. 조기분만을 통해 40일 정도 일찍 세상 빛을 본 탓에 몸이 연약했던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부모님의 깊은 뜻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하지만 세상 어느 5살짜리 자식이 부모의 뜻대로 살아줄까. 기억 속의 나는 경기장 한가운데를 아주 힘차게 뛰어다녔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과는 빼어나게 다른 부분이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공을 차기 위해서 경기장을 뛰어다녔다면, 나는 경기장 밖에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경기장 변두리를 뛰어다니며 엄마를 찾고 있었다. 겁이 많은 쫄보 5살 아기에게 축구장은 너무 넓고 고독했을까. 아니면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상황을 엄마가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걸까. 그것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을 좋아하고 혼자 있기를 싫어하는 성격을 보면 어릴 적부터 혼자 인생을 오롯이 감당하기에는 여린 사람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인생 첫 기억이 축구로 시작되었으니, 그 뒤로 축구는 내 삶의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차범근 축구교실을 시작으로 중학교 때 친구들끼리 만들었던 축구팀을 즐겼고, 고등학교 때는 학교 축구대표로 시대회를 나가기도 했다. 대학교 때는 학과팀 부주장을 맡아서 동아리 창단 첫 우승 트로피를 들기도 했었다.... 이 스토리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으니 다음에 얘기하도록 하지!! 난 삶은 개인이 어딘지 모를 목적지를 향해 끊임없이 걸어가는 여행길이라고 생각한다. 축구는 그런 나에게 있어서 물통 같은 존재다. 삶이 스트레스로 찌들어 도파민에 갈증을 느낄 때, 물통에 담긴 축구시청, 혹은 축구를 하는 행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1.20일 오늘 있었던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과의 경기 역시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시원한 생수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악취가 나고 있었다.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2010년 첫 원정 16강 이후 다시금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감독이었던 파울루 벤투와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이후 데려온 감독은 독일 출신의 클린스만. 처음 선임이 확정되었을 때, 감독의 전술을 떠나 지난 클럽 혹은 국가대표 경력을 본다면 '엥..? 왜 이 사람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같은 독일인이자 독일의 올타임 레전드로 뽑히는 '필립람'이 클린스만 밑에서 국가대표로 뛰었을 때 그에 대해서 '그의 밑에서 했던 것은 오직 체력훈련뿐이었다.'라고 까지 말하는 것을 본다면 더더욱 우려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우와 다르게 생각보다는 경기를 잘 치렀다. 물론 잘했다는 건 아니다. 생각보다, 잘했다는 것이지. 현대축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떠오르는 빌드업, 골키퍼로부터 공격수까지 공을 어떻게 배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뻥~축구로 귀결돼서 해결하려고 하는 상황이 많이 나와 15년 아시안컵 결승을 이끌었던 슈틸리케 감독이 생각나게 하는 '무전술 감독'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 무전술의 냄새는 시청자들의 코를 심심찮게 들락날락했지만, 그것이 승리라는 향기에 덮여 금세 가라앉곤 했다.


하지만 아시안컵 1차전과 2차전을 겪으면서 전 국민이 '무전술의 냄새'를 맡아버렸다. 2차전인 요르단과의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난 전술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완패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경우, 4-4-2라고 표현했지만 포백라인 위에 수비형 미드필더 1명을 세우고, 그 위에 이재성, 황인범, 이강인 3 미드필더를 구축했다. 최종 스트라이커는 조규성이었고, 손흥민은 경기장을 자유롭게 누비는 프리롤을 부여 밭았다. 3 미드필더가 모두 패스도 좋고, 볼 키핑돼 되는 좋은 미드필더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상대를 2선에서부터 압박해 공격을 전개한다면 충분히 위협적인 장면을 만둘 수 있겠지..라는 전략이었다 생각한다. 하지만 이 전술을 시작부터 패했다. 상대인 요르단은 3-4-3의 전술을 들고 나왔다. 이 전술의 핵심은 풀백이라고 칭하는 4라인의 양옆 선수들의 활동량을 통해 미드필더 지역의 인원수를 늘려 중원에서부터 상대팀 선수에게 압박이 가능한 전술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대의 압박을 풀어내야 하는 우리나라 전술의 선수는 4-1-4-1의 1인 수비형 미드필더 선수이다. 실제로 이 1에 선 선수가 공을 잡으면 최소 1.2명, 많게는 3명의 선수가 압박을 시도해 공격의 전개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 문제는 풀백 선수의 기용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기제 선수를 기용하는 이유는 활발한 공격 가담과 얼리크로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가전 동안 활발한 공격 가담은 같은 라인 황희찬에게 오히려 드리블이 가능한 공간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왔고, 얼리크로스는 전 경기 통틀어서 많아서 5번 정도 성공했을 정도로 확률이 낮았다. 공격이 메리트인데 공격이 무딘 풀백, 심지어 공격이 메리트기 때문에 수비력은 우리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렇기에 요르단전 전반동안 계속해서 요르단 윙 선수에게 고통받았고, 위험한 장면을 여러 번 연출했다.  


후반전에 들어서 4백 위에 2명의 미드필더를 두면서 중원 싸움의 안정성을 가져오려 했고, 그 결과 요르단의 체력 저하와 전술이 살아나며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고, 동점골까지 만들어냈다. 바로 전날 일본이 이라크에게 졌을 때 요번엔 대한민국이 우승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일본팀 욕 좀 먹겠네 어떡하냐... 싶었는데, 우리가 일본을 가여워할 상황이 아니었다.

16강 진출이라는 시원한 생수를 마시며 토요일을 자축하려 했었는데, 정말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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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피드백, 후 평가


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28/0002674027?date=20240124


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25/0003337087?date=20240124

같은 소재를 가지고 두가지 다른 글을 보았다. 글의 메시지를 떠나서 구성을 하고, 소재를 따오는 발상을 참고하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나의 감정, 경험을 이야기하기 보단 좀 더 넓은 시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또 너무 구체적인 글을 쓰기 보단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만 서술하고 다른 내용들 더 채운다. 글의 밀도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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