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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Apr 08. 2024

이제는 비상할 시간.

수리야 날자!

서울에도 벚꽃이 활짝 폈다. 봄이 되면 괜히 마음이 뒤숭숭하고,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많은 사람들은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애인, 혹은 좋아하는 사람과 벚꽃을 구경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그러니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일 따윈 때려치우고 한강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치맥 한잔하면서 벚꽃노래를 듣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연신내에 사는 내 친구는 요즘 다른 이유로 마음이 뒤숭숭하다. 매년 벚꽃이 필 때 즈음 개막하는 KBO, 한국프로야구 때문이다. 올해는 우승할 수 있다나 뭐라나.


야구에 ㅇ자도 모르던 나에게 야구라는 단어를 가슴에 심어준 친구는 20살에 처음 만났다. 친구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했다. 학기 초 연애가 잘 풀리지 않는 바람에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그런 친구를 달래주기 위해 매일 그의 집에 들락날락했다. 그와 매일 노트북으로 노래 코드를 띄워놓고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

4월 중간고사 시절, 저녁을 먹기 위해 그의 집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적이 있었다. 학기 초에는 에이핑크 최애 멤버의 생일이 비밀번호였는데, 트와이스 최애 멤버 생일로 비밀번호가 바뀌어있었다. '실연의 아픔으로 최애까지 바뀐 건가.' 싶어서 안쓰러웠다.


친구는 하라는 시험공부는 안 하고 야구를 보고 있었다. 그 친구는 '한화 이글스'의 팬이었는데, 대전이 고향이라 바로 납득했다. (알고 보니 증평 출신 박보영 님도 한화 이글스 팬이었다.. 그래서 더 호감이 갔나….)


2016년도의 한화는 정말 못했다. 더럽게 못했다. 친구는 한화가 이기는 날에는 기분이 좋아서 맥주를 한잔 마셨다. 한화가 이기는 날이 얼마 되지 않아서 친구의 간이 지금까지 건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내가 야구를 꾸준히 접하게 된 건 이때가 시작이었다. 중학교 때 SK와이번스의 경기를 몇 번 보러 간 적 있었지만, 안경을 끼지 않았던 나는 공은 고사하고 그라운드에 선수들도 안 보여서 눈에 뵈는 것 없이 소리로만 야구를 즐겼기에 재미가 없었다. 자리에 앉아 치킨만 뜯었을 뿐.


한화가 팬덤이 제일 크다는데, 나에게 첫인상은 왜 인기가 많은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못하는 팀이었다.

그래도 제일 친한 친구가 응원하는 팀이니까 '그래, 뭐 응원하는 이유가 있겠지….'싶어서 그러려니 했다.


이듬해 두산 팬인 친구와 이 친구와 셋이 한화 vs 두산 경기를 보러 갔었다. 그날 경기는 엎치락뒤치락한 결과 두산의 승리였지만, 그날 직관을 통해 난 한화 팬의 길로 들어섰다. 절대 약자인 팀이라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경기를 재밌게 했다.

무엇보다 응원가가 더 내 취향이었다. 두산의 응원가보다 입에 쫙쫙 달라붙었다. 그게 가장 컸다. 야구 좀 못하면 어때, 흥만 나면 되지. 낭만을 좇은 난 그렇게 야구 인생 최대 실수를 한다.


18시즌 정규시즌 3위를 한 적도 있었다. 군인이었던 나는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에 스포츠 프로 하이라이트를 보며 전날 한화의 경기를 시청했다. 동기 중 한 명도 한화 팬이었기에, 둘이서 하루 지난 하이라이트를 보며 흥분하곤 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의 낭만이었던 것 같다.

한화는 그해 이후론 원래 순위로 돌아가며 몇 년 동안 리빌딩을 했다. 저번 시즌부터는 리빌딩이 잘 되어가는 것 같은데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개막 전 '몬스터' 류현진의 한화 이글스 복귀로 한화 팬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시즌 시작 전 "승권아 올해는 다르다…!"라는 친구의 말을 증명하듯 초반 10게임에서 8승 2패를 기록했다. 8승 2패는 여태 한화 이글스의 초반 기록 중 역대 최고의 기록이라고 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21살부터 나름 7년째 한화 경기를 가볍게나마 즐기던 나도 요번 시즌은 시범경기들도 모두 보며 기대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일을 낼 타이밍이다.


SBS의 스포츠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작가는 한화 이글스의 팬이다. 드라마 마지막화에 주인공 백승수가 맡은 드림즈는 결승전에 올라간다. 올해의 한화라면 스토브리그 작가님의 드라마를 현실로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여줘 이글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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