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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Apr 15. 2024

마술 2. ‘내 인생의 professor 덤블도어‘

https://brunch.co.kr/@46fd116cc2da4a0/311편에서 이어집니다..!

캐나다에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거기서 적응을 못합니다! 2008년만 해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어중간한 상태였어. '중국인보단 깨끗하고, 일본인보단 더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게 한국인이었달까. '두유노 강남스타일?'은 고사하고 '두유 노 지성팍? 연아 킴?'도 힘이 없던 시대였으니까요.


제가 외국에 나갈 때만 해도 난 영어로 대화를 안 해봤거든요. 듣기만 되는 상태에서 외국 애들이 말도 빠르고, '너한테 마늘 냄새나'하고 놀리고 하니까 상처를 받았어요.

그래서 학교가 처음엔 재미없었어요. 그때 컴퓨터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 그때 1박2일을 보고, 우연히 카드 마술을 접한 거야. 친구도 없고, 학교 끝나면 할 것도 없겠다 카드 마술이나 연습해 볼까? 싶어서 근처 마트에서 인생 첫 '바이시클 덱'을 삽니다. 그리고선 매일 하교 후 3시간씩 연습했어요.

기본적인 카드 스프레드(펼치기)부터 셔플방법(고스톱 셔플, 포커 셔플)등 등. 카드 셔플은 일주일동안 꼬박해서 겨우 할 수 있었을 정도로 재능이…. 평범했습니다.


그리고서 마술을 배우고 싶었는데! 그때 네이버 카페를 발견합니다. 지금은 없지만 'magic country'라고, 거기에서 무료로 카드 마술을 알려주던 마술사 한 분을 만납니다. 그분과 일면식은 없지만 영상 너머로 여러 가지 마술을 매일매일 연습했죠. 그분이 제 인생의 덤블도어였습니다.. thanks to my pfofessor 'DA_K'

그리곤 엄마와 동생한테 수많은 시험을 합니다.


이제 엄마와 동생이 제 마술에 질려할 때쯤, 학교에 카드를 가져가서 연습하고 있었어요. 그때, 이제 학급 친구 한 명이 다가옵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DAVID이라는 친군데, 학교에서 인싸였어요. 그 친구가 'show me some magic trick.'이라 했었고, 1~2달의 입 꾹 닫기 생활을 통해 얻은 문장과 단어들을 쓰면서 전 인생 처음으로 타인에게 마술을 보여줍니다.


결과는 굉장히 성공적이었고, 인기를 끌어 친구들 무리에 합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짓궂게 제 카드를 들춰보고, 트릭을 안다면서 똑같이 해보겠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웃으며 'wow! you have good eye and fast hand.'라고 칭찬을 해주고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카드 마술을 찾아 연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엔 따라 하고 싶어도 따라 할 수 없는 수준까지 제가 올라와 있더라고요.

그때 당시 마술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수첩에 할 수 있는 트릭, 연출법들을 적어 놓고 연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친구가 아무도 없었기에 대놓고 펼쳐놔도 아무도이해를 못 하던 게 인제 와 생각해 보니 꿀이었네요. 13살 당시에는 5개 정도의 카드 마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카드 마술 외에도 동전 마술도 연습했었는데, 손이 작아선지 연습이 부족해서인지(아마 후자일 겁니다) 금방 걸려버리더라고요. 그리고 전 카드 마술의 현상이 더 다양하기 때문에 카드 마술을 더 좋아했었습니다.



그렇게 마술 덕분에 타지에서 친구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코딩된 종이일 뿐인 52장의 카드들을 사용해서 상황을 연출하고,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게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그 이후엔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삼각김밥을 싸주기도 하고, 간장 계란밥을 말아주기도 했었습니다. 다들 처음엔 별로일 것 같다 하더니 막상 주니 잘만 먹더라고요. 어쩌면 한류 음식 흥행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을지도…. 그렇게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잘 지낼 수 있었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캐나다를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 반을 찾아갔었습니다. 그때 친구들과 꼭 다시 보자면서 부둥켜안고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가장 친했던 JAY라는 친구가 저에게 '넌 카드를 좋아하니까'라면서 주었던 바이시클 덱이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선 그 카드를 사용해 한국 친구들에게 캐나다산 카드라면서 마술을 보여줬었죠.

지금은 15년이나 되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졌지만, 차마 버리지 못하겠더라고요. 가끔 친구들이 생각날 때는 제 서랍장 가장 구석에서 카드를 꺼내 만져보곤 합니다.


다음화 3화-TV에서 마술이 내려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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