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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Aug 10. 2024

중독은 서서히 이루어진다.

나도 모르게 인생의 일부가 되어버린 헬스.

코로나 때였을까요.

집에만 있다 보니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지더라구요.

축구하면서 스트레스 풀어야 하는데, 코로나 인원제한 때문에 5명으론 축구를 못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약도 한두 개씩 먹게 되고.


그래서 리프레쉬하기 위해서 헬스장을 찾았습니다.

무거운 거 드는 헬스? 정말 싫어했습니다. 근육을 왜 찢어... 아픈데.... 처음에는 그냥 좀 뛰고, 기구 깔짝거리면서 몸을 좀 풀어야겠다라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정말 '축구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운동을' 열심히 하고, 런닝머신 타고 그랬습니다.

우연히 PT를 받게 되었는데, 배운 스쿼트 자세를 혼자 복습하겠다고 빈봉으로 연습하다가 목에 담이 왔던 적도 있어요. 얼마나 자세가 형편없었을지 운동하시는 분들은 아실겁니다....(진짜 형편없었음)


그러다가 시간이 흘렀습니다.

2~3년간 듬성듬성 헬스장을 나가다 보니 어느새 습관이 생겼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게 이런 건가요. 헬스가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습니다.


운동을 하는 목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몸이 간질간질해서, 축구 대신에 운동을 찾았고,

그다음에는 축구를 더 잘하고 싶어서 보완재의 느낌으로 헬스를 했습니다.

요즘엔 헬스를 하고 싶어서 헬스를 해요. 헬스하려고 여가 시간을 줄이다 보니 게임하는 시간이 정말 많이 줄었습니다.


수단과 목적으로 생각했던 활동이 어느새 나에게 그 자체가 의미가 생겨버렸달까요.


저번에 운동했던 것보다 무거운 무게로 한 개 더 들고, 어제의 나보다 한단계라도 더 발전하려고 하고 그런 모습이요.

헬스를 끝내고 탈의실 거울 속 제 몸을 보며 구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건강해지는 몸을 보면 뿌듯합니다.


그리고 헬스를 하면서 잊고 살던 제 승부욕을 꺼내주기도 해요.

 헬스는 아니지만 크로스핏을 최근에 했는데, 같이 했던 여자인 친구가 복근운동을 계속하는데 저는 한 개도 못하는 거예요. '내가 얘보다 복근이 약하다고?' 바로 승부욕 버튼이 눌려서 그날부터 복근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운동과 관련해서만 승부욕이 생기는 건 아니에요. 스터디를 할때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친구, 프로그램 분석을 잘하는 친구가 있다면 '나도 저렇게 해야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불태우게 됩니다.

이런 승부욕이 저에게 인사를 건넬 때면, 고3 때 '얘가 맞춘 걸 내가 틀려?'라는 생각으로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한 문제도 틀리지 않을 때까지 독서실에서 문제만 풀던 옛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요즘의 나에게 승부욕의 불씨를 던져요.

'더 열심히 담금질해야 할 시기인데 너 지금 뭐 하냐고, 가서 자소서 써야지. 재밌는 거 생각해야지' 하면서요.


리프레쉬치원에서 시작한 헬스가 취준생활을 할 때 정서적으로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헬스를 꾸준하게 하지 않았다면 아마 오래전에 이미 포기하고 다른 걸 하려고 했을지도 몰라요.

땡스 투 헬스.


요즘에는 식단도 하면서 더 열심히 헬스를 합니다. 더 더 헬스에 빠지고 있어요.

이러다가 몸은 평범한데 마인드만 헬창인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릴까 봐 겁이 나요.

그럼, 몸을 좋게 만들면 되겠죠?

그래도 게임에 중독되는 것보단 헬스에 중독되는 게 장기적으로 더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을 다 쓰고 보니 헬스에 중독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역시 중독은 서서히 이루어지는 게 맞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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