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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조명 가게> 후기.

부제: 우리는 누군가의 사랑으로 살아간다.

by 예P

*드라마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디즈니 플러스 <조명 가게>를 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어두운 밤거리, 희미한 전구 빛 아래 조용히 앉아있는 한 남자. 그는 매일 전구를 지켜봅니다. ‘조명 가게’는 이런 공간입니다. 극 전체적으로 괴기하고, 이질적인 구도와 이야기기로 ‘현실도, 가상 세계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세상’을 표현해 공포스러움을 자아내지만, 결국 ‘사랑’의 본질을 역설함과 동시에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지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어두운 밤거리 조명 가게의 주인인 정원영은 오랜 시간 조명 가게를 지켜왔습니다. 그는 이승도, 저승도 아닌 세상을 연결하는 외교관입니다.

어둠 속에서 빛을 관리하는 외교관은 두 부류의 손님들을 받습니다.

전구를 사러 오는 사람, 혹은 전구를 찾으러 오는 사람.

전구를 찾으러 온 손님들은 그들의 의지로 빛나는 전구를 찾습니다. 자신의 전구를 찾으면 그 전구 속 필라멘트는 마치 그와 공명하듯 반짝입니다. 그것은 그의 심장 박동을 나타내는 것 같죠. 가까이 가면 갈수록 강해지는 반짝임. 이것이 이승으로 돌아갈 그들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전구를 찾는 자는 이승으로 돌아가고, 그렇지 못한 자는 그 세상에 남아 그곳에 남죠.


조명 가게에서는 ‘이승으로 돌아가기 위해 힘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공포만 있을 것 같은 이 세계관은 알고 보면 사랑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조명 가게에서는 부모의 사랑, 연인의 사랑, 범애를 보여주며 ‘사랑이란?’을 우리에게 물어봅니다.



조명 가게의 주인 ‘정원영’은 딸을 살리기 위해 조명 가게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딸의 전구를 찾아 전해주면서 딸은 이승으로 돌아갔고, 자신은 죽어 그곳에 남았습니다. 그 이후 몇 년간 ‘자신의 의지’로만 전구를 찾는 사람들에게 전구를 주었던 그는 매일 딸에게 주던 알사탕을 까먹으며 그녀를 생각합니다.

그러던 그에게 한 중년 여성이 찾아옵니다. 이미 염을 끝내 말을 못 하는 그녀는 자신의 딸을 위해 전구를 내어달라 울부짖습니다. 하지만 외교관은 거절하죠. 중년 여성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주던 알사탕을 발견하고, 자신이 딸 정유희임을 밝힙니다.

그렇게 50년의 세월을 넘어 둘은 재회했고, 아버지는 딸에게 자식을 위한 전구를 내어줍니다. 조현주는 엄마와 함께 있고 싶다며 울지만, 결국 엄마의 소원대로 현주는 이승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손녀를 이승으로 돌려보내고, 아버지와 딸은 같이 조명 가게를 지키게 되죠.

자식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두렵지 않다는 부모의 사랑, 그 사랑으로 정유희가 살았고, 그 사랑으로 주현주가 이승으로 돌아갔습니다. ‘내가 어떻게 되어도 너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어.’ 조건 없는 부모의 사랑입니다.



조명 가게에서 두 커플을 통해 보여주는 연인의 사랑은 가장 기괴하지만, 강력한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남자 친구, 그는 매번 시간이 지나면 허리가 꺾여 죽습니다. 이미 죽어 이승으로 돌아갈 수 없는 여자 친구는 그의 허리를 바늘로 꿰매며 그의 생명줄을 이어줍니다.

바느질하는 그녀의 손끝은 심장박동 기계의 진폭처럼 높고 간절합니다. 그녀의 노력에 그는 그녀를 알아보고, 그녀가 말한 대로 전구를 찾아 조명 가게에 들어갑니다. 허나 자신의 의지로 전구를 찾는 게 아닌 것이 들킨 그는, 이승으로 돌아오지만, 반쪽짜리 몸과 정신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평생 부모님이 시킨 대로 살아온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좋아했던 여자친구의 말을 듣고 현실로 돌아옵니다. 현실로 돌아오는 것조차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 의존적인 삶을 살아온 그는 역설적으로 그녀를 잃어버렸습니다.


또 다른 커플은 동성 커플입니다. 세상 시선에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그것을 피할 아늑한 집을 찾던 커플. 그들에게 세상의 밝은 빛은 가까이하기에 너무 밝았던 것 같습니다. 이승으로 돌아갈 방법을 알았고, 조명 가게에 가서 전구를 찾은 윤선혜는 ‘아, 이거구나’ 하면서 전구를 잡습니다. 그리곤 정원영에게 ‘전구 깨지면 어떻게 돼요?’라고 묻습니다.

정원영은 ‘어디든 다 사람 사는 곳 아니겠습니까.’라고 답해줍니다. 그 대답을 듣고선 윤선혜는 전구를 깨트립니다. 자신의 의지로 그 세상에 남는 것을 선택한 유일한 사람. 그녀는 ‘다녀왔어’라며 그녀의 여자 친구와 함께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상황에 다른 결과를 가져온 두 커플은 ‘함께하는 것이 사랑인가?’라는 의문을 남깁니다.



부모의 사랑과 연인의 사랑을 보여주며 조명가게는 ‘공포’스러운 세상,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세상에서도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 덕분에’ 살아간다’는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명 가게는 간호사 권영지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이야기합니다. 그녀는 작품 내내 범애를 보여줍니다.

자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헤매는 사람들은 어떻게 ‘빛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드라마의 주인공, 간호사 권영지 덕분입니다.

권영지는 어릴 적 ‘조명 가게’에 손님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세상에서 빛을 발견해 세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이후 그녀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존재들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이 빛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간호사가 되었고, ‘나이트’ 근무를 고집하며 세상을 떠돌고 있는 사람들에게 빛을 찾으라 조언해 줍니다. 그리곤 자신이 ‘조명 가게’에 있을 때 들었던 노래를 환자에게 들려주며 힘을 줍니다.

드라마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 노래를 들려주며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환자들을 보여주는 장면은 간호사 권영지의 ‘범애’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그런 그녀의 사랑 덕분에 사랑하는 사람을 이승으로 돌려보내기도, 그리고 그 세상에 남을 용기를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권영지는 항상 ‘그곳에 남던지, 돌아오던지는 개인(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라는 말을 합니다.

저는 ‘내가 주는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는지는 타인의 몫이다.’라고 해석했습니다.

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면서도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우쭐대지 않는 그녀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보여줍니다.


조명 가게는 결국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랑’이라는 빛을 발견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결국, ‘우리 삶은 누군가의 사랑 덕분에 살아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사랑하는 이들이 남긴, 쥐여준 빛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빛을 하나씩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드라마 <조명 가게>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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