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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선영 Aug 13. 2020

검찰청의 갑을병정

+ 무기계약직의 소박한 월급


  검찰청에서는 3개의 신분이 있다. 쉽게 십간(갑을병정)으로 나누면, 검사=갑, 수사관=을, 실무관=병인데, 실무관 사이에서도 신분이 나뉜다. 공무원과 무기계약직. 2000년대 초 10급 기능직이 사라지며 대부분의 실무관들은 공무원으로 전환이 되었다. 그 후 채용되는 실무관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채용이 되었는데, 이러한 무기계약직의 정식 명칭은 실무관도 아닌 사무원이다. 즉 갑, 을, 병에서 추가로 “사무원=정”이 생겨나게 된다. 물론 무기계약직 뒤에 그냥 계약직 사무원이 가끔 존재하므로 갑을병정"무"까지 오게 될 때도 있다.


  갑을병정으로 나누었지만 검찰청에서는 갑을병정인 듯 갑을병정 아닌 갑을병정 관계로 있다. 즉 서로가 속한 범주가 달라서 서로서로 존대를 해주며 존중을 해준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에서 검사가 수사관이나 실무관에게 하대를 하며 반말조로 명령을 하는데, 요즘 그랬다가는 직장 내 갑질로 냉큼 감찰에 신고감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무기계약직도 한없이 감사하는 마음이지만, 때로는 “병”과 동일한 노동을 하고 월급통장에 찍히는 179만 원을 볼 때 “음...”하는 마음의 소리와 함께 등골이 헛헛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병"의 급여가 많은 것은 30년 이상 근속하였다는 전제가 있다는 걸 알고는 있다.)


  공무원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우리도 안다. 80~90년대생이 주를 이루는 무기계약직의 집단. 늘 경쟁하던 세계에서 대학까지 졸업했고, 시험도 치지 않고 안정적인 무기계약직을 쟁취하였다. (물론 자격증을 기반에 둔 블라인드 공채여서 동기들의 스펙들과 경력들은 어마어마하다.)  우리들의 핵심은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월급을 더 받고 싶다는 것이다.

  매달 500만 원씩 받아도, 더 받고 싶다고 푸념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하물며 입사 2년 차에 최저임금에서 3만 원도 벗어나지 않는 우리가 월급이 적다고 투덜거리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 월급이 적다고 말할 때마다 “왜, 너희들 공짜로 공무원 시켜달라고 징징대니?”라는 핀잔을 들을 때마다 슬쩍 짜증이 솟구친다. 

우리는 공무원을 시켜달라는 게 아니고, 월급이 쥐꼬리라서 징징대는 거거든요!


  특히 이 핀잔을 실무관 선배들한테 들으면 짜증지수는 더 올라간다. 과부 사정 홀아비가 알아줘야 되는 건데,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며 “우리가 입사했던 1980년대에는 컴퓨터도 없이 타자기로 일을 했고, 최저임금이 뭐니~” 이렇게 구수한 라떼를 내리고 있으면, 핀잔이 카페가 되는 건 순식간이다. 이렇게 병과 정이 마음이 상한다.

  우리는 안다. ‘너희들도 언젠가는 공무원 되겠지~“라고 위로 하지만 공무원이 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는 것을. 무기계약직의 처우개선이야 조금씩 되겠지만, 검찰청에 발 한 번 담가 보겠다고 노량진에서 아등바등 공부하는 청춘들이 있는데 어찌 내가 공무원이 되겠는가. 싸우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보다 더 나은 직장이 되기를 바라는 보편적인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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