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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코코 Mar 02. 2024

오늘도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기혼자라면,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왜 결혼을 했지? 혹은 왜 그때는 이런 것을 알지 못했지?


과거에나 지금에나 시그널은 항상 존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는 깨닫지 못하고 지금에 와서야 깨닫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생이 항상 꽃밭일 수만은 없기에 신이 이러한 걸 조절하는 것인가. 나한테는 길고 긴 겨울이었다. 온갖 시댁식구들이 우리 집에 와서 한 달을 보내고 난 후에도, 시어른은 다시 오셔서 같이 있는 중이다. 남편의 가족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이제 이러다가는 내가 스트레스로 쓰러지면 어쩌나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누가 케어하나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엔 아무 생각 말고 아이들과 나만 생각하자 라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걸 비우고 생각하다 보면, 그래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내가 못할게 뭐 있으랴 하는 막바지에 도달하면서 모든 걸 체념하게 돼버리는 것 같다. 한동안 나는 많은 방황을 하였다. 지금도 방황의 모래폭풍 속에 갇혀 있기는 한데, 그 와중에 생각나는 건 글쓰기였다. 글쓰기를 놓지 말자. 내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래서 그전에는 글은 쓰고 싶다는 생각은 가득했지만 자판 위로 옮겨 적지를 못하였다. 무엇을 어떻게 써내려 나가야 할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하얀색 배경의 워드만 켜놓고 커서만 깜박이며 몇 시간을 보내버리게 되었다. 글을 쓰고 싶다면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에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 가입을 하고 전자책을 매일 읽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매일 쓰기 루틴을 습관화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나는 오전에 무조건  A4용지 3장 분량을 폰트 12로 써보자라고 목표를 세웠다.


주제는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다. 그저 아침에 아이들 학교 보내고 커피 한잔 내린 후 무조건 노트북을 켜고 유튜브 음악을 틀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워드창을 열어둔다. 그러고 나서는 내 머릿속에 생각들을 하나씩 자판 위로 흘려보낸다. 당연히 이야기가 한 주제로만 되지는 않는다. 가끔 옆길로도 새고 생각지 못한 단어들도 떠오르고, 과거회상에 빠져 과거이야기를 적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난 그마저도 지금 너무나 좋다. 무엇인가를 쓰고 있다는 생각에 나도 작가의 길을 갈 수 있는 건가 라는 희망도 갖게 된다. 기성작가들이 보면 정말 코웃음 칠 일이지만, 나에게는 이렇게 매일 무엇인가를 끄적여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삶의 원동력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모래폭풍 속에 갇혀서 아무 생각도 못하고 해이해져 가는 나를 보다가, 누군가 나를 위해 밧줄을 내려준 기분이다. 지금도 나는 오전에 글을 쓰다가 브런치에 이런 글도 작성해 보자 라는 생각에 다시 새로운 워드창을 열어서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한동안 내가 있는 이 환경을 매우 불평불만만 하고 여긴 대체 왜 이래? 한국은 안 그러는데 하며 깎아내리기 바빴던 것 같다. 하지만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다. 그냥 모든 걸 한국이라는 틀에 맞추지 않고, 여기서도 내 삶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게 옳은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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