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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코코 Mar 14. 2024

파키스탄 북쪽여행기 kumrat valley 4탄

지상의 천국이 있다면 이곳이리라.

흥이 많았던 대학생들 덕분에 즐거운 첫날밤을 보내고 난 후, 다음날 아침 밝게 떠오른 해 덕분에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캠핑장 주변을 벗어나면 좀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가이드 말에 우린 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더 산 안쪽으로 들어갈 계획을 하였다. 친정엄마는 캠핑장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고산병 증세가 약간 보이길래 캠핑장에서 시부모님과 큰형과 함께 쉬면서 있기로 하였고, 아이들 또한 한 시간을 더 가자고 하면 있는 짜증 없는 짜증 내며 생떼 부릴까 봐 캠핑장에서 편하게 놀게 놔두었다. 그리고 친정아빠, 친정이모, 남편 그리고 남편의 사촌, 가이드 함께 울퉁불퉁한 산길을 올라가기로 하였다.


우리가 출발하면서, 대학생 아이들도 차 3대에 나누어 따라 오르기 시작하였다. 울퉁불퉁한 산길은 둘째 치고, 차 한 대가 겨우 지난갈 것 같은 길에 앞서 갔던 차가 내려오는 걸 보면 정말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한쪽은 낭떠러지 다른 한쪽은 나무로 꽉 차 있는데 여기서 어디로 차를 멈추겠나 라는 생각을 하였는데, 역시 베테랑은 베테랑인 것이다. 우리를 안내해 주던 가이드는 맞서오는 차가 있으면 한쪽으로 피해서 다른 차가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정말이지 우리나라 몇 십 년 베테랑 운전기사라 하더라도 이런 길은 절대 운전 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이곳에서 살고 있는 이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산을 오르며 만나게 되는 소나무들

중간 도착지에 도착하여 내려보니 빙하가 녹아 흐르는 강물이 시원하게 우리를 반겨 주었다. 강물도 정말 깨끗하고 맑았지만 주변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강물 뒤로 보이는 설산과 울창하고 빼곡하게 서있는 소나무들이 그리 멋져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정말이지 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소나무가 제일 크고 좋은 것이다라고만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파키스탄에서 만나 본 소나무들은 하늘 위로 쭉쭉 뻗어 자랐으며 크기는 또 얼마나 큰지 보면서 감탄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그곳이 사진 찍기 핫 스폿이었는지 많은 아이들이 이리저리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서로 찍어주고 자기 찍히기에 바쁜 모습을 보니 다들 한창 이쁠 때를 추억으로 남겨놓으니 좋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다.

내 노트북 배경화면으로 설정해 놓은 중간 도착지 풍경

또한 우리도 지금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서 이리저리 좋은 위치를 찾아 서로 모델을 해가며 카메라에 남겨놓기 시작하였다. 그곳에는 신비의 약수터도 존재하였는데, 그 약수를 마시면 있던 병이 다 낫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어느 나라에다 이러한 카더라 이야기는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기 보다. 고여있는 물이 아닌 흐르는 물이기에 손을 담가도 된다는 가이드 말에 따라 이번 여행을 함께 한 나의 이모도 손가락이 나았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갖고 잠깐 손을 담그기도 하였다. 그렇게 중간 쉼터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대학생 아이들은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가 짐정리를 한 후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였고, 우리는 좀 더 산 안쪽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산길을 30분쯤 오르고 나니 설산은 더더욱 내 눈앞에 다가와 있었고, 우리는 그곳에서 빙하를 마주하게 되었다. 비록 크게 자리 잡은 빙하는 아니었지만,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도 녹지 않고 존재하는 빙하를 보며 매우 놀랍기만 하였다.

빙하물이 세차게 흘러내려가는 강물

한쪽으로 흐르는 빙하 강물은 애메랄드 빛을 내며 세차게 내려가고 있었으며, 다른 한쪽은 높게 솟아난 산봉우리가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푸르른 잔디밭에 도착하여 우리도 차를 멈춰 세우고 내렸다.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곳을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산들을 병풍 삼아 그 안에 서있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였다.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아 아직은 자연 그대로인 그곳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 이런 곳이 있다면 벌써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이런저런 정책에 의해 깎이고 뜯겨나갔을 것인데, 이곳은 아직 자연 그대로 놔두다 보니 풀들이 무성하고 야생화들이 군데군데 피어있으며, 오히려 자유분방한 자연 모습 그대로인 것이 보기 좋았던 것 같다. 여행 데리고 온 보람이 있었던 건, 아빠와 이모가 그곳을 너무나 좋아했다는 것이다. 파키스탄 여행지가 특별히 소개된 곳은 없지만, kumrat 만큼은 아직도 가족모임에서 회자가 될 만큼 두 분에게 아주 인상 깊었던 여행지가 된 것 같았다.

제일 멋진 풍경에서 제일 멋진 모습을 취하고 있는 우리 이모

한 시간 남짓의 풍경 구경을 마치고 나서 우린 캠핑장으로 다시 돌아왔고, 대학생들이 가고 난 자리는 또 다른 캠핑족들로 채워져 있었다. 한국에서 캠핑을 가면 여러 가지 갖가지 먹고 싶던 음식들을 다 챙겨갔을 텐데, 우린 차마 그 생각까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나도 라면을 갖고 왔어야 했는데 챙겨 오지 못해 아쉽기만 하였다. 원래 캠핑 가서 끓여 먹는 라면이 최고라는 말이 있는데, 그걸 실천하지 못해 아쉬움이 한가득이었다. 정말 다음번 또 가게 된다면 그때는 라면 한 박스를 챙겨가리라 다짐하며 이튿날을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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