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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코코 Mar 14. 2024

나태함도 나의 일

게으름의 천성인가 아니면 쉬었다가는 것인가

열심히 글을 쓰다가 가끔씩 무엇을 써야 할지 큰 벽에 가로막힐 때가 있다. 한국에서 이런 상태라면, 산책을 좀 하거나 혹은 도서관에 가서 다른 작가들의 글을 찾아보거나 할 텐데 이역만리 먼 타국땅에서 도서관을 찾기도 힘들고 찾는다 하더라도 우르두어로 된 책이 대부분일 테니 굳이 안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러자고 영어로 된 책을 읽자니 이건 독해공부를 다시 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 거리기도 하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며칠을 침대 속에서 뒹굴거리기도 하였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노트북도 열지 않았었다. 그렇게 무기력증이 날 지배해 갈 때쯤 전자책 어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게 며칠을 침대 속에서 전자책과 씨름하다가 이제야 정신 차리게 되었다. 책이 나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쳐 준 것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다른 작가들이 얼른 정신 차리고 원래대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무엇이든 처음에는 호기롭게 시작을 하다가도 열심히 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태함이 내 몸에 점점 기어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가 되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게으름의 극치를 보이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는 나태함이 나를 집어삼키기 좋으니 쓰지 않으면 읽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작가는 말했다. "인풋 없이는 아웃풋도 없다" 내가 무엇인가를 써 내려가려면, 그만큼 다른 작가의 글도 많이 봐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쓰기 만큼이나 읽기도  참 좋아했던 것 같다. 아니, 책을 소유하기를 좋아했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때는 방 한가득 책으로 꽉 채우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한 생각이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종이의 낭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도 가끔은 방 한가득 내가 좋아하는 책들로 가득 채워진 먼 훗날 언제 가는 이룰 수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는 그러한 방의 모습을 상상으로만 그려보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책을 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전자책을 많이 이용하게 되었다. 종이를 아끼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전자책이 편리하고 휴대성이 좋아서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해외거주자인 나는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이 더 유용하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은 향수를 느끼고 싶어서 갖고 온 책 몇 권 중 한 권을 펼치는 순간도 있다. 그 순간들이 더욱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책은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존재이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책과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로 하였다. 매일 아침 일어나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나 자신을 되뇌게 된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 사물 하나하나에도 다 나의 소중한 글감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요새 많이 느끼고 있는 중이다. 글을 쓰는 것이 그리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데 나의 나태함이 자꾸 나를 좀 갉아먹고 있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오늘에서야 퍼뜩 들었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더 이상 나태함에게 지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다. 책의 힘을 빌려 나 자신을 다시 찾아가고, 글을 쓰며 나의 내면을 표현해 나갈 것이다. 어쩌면 이 나태함이 나에게 필요한 쉼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다시 일어서고 쓰기의 즐거움을 되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나 자신을 돌보고 성장해 나가야겠다. 나태함을 이겨내고, 글을 통해 나 자신과 세상을 발견해 나가는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먼 훗날, 내가 꿈꾸던 방 한가득 책들로 가득 채워진 모습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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