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볼 날을 기대하며.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도 있는 법. 짧은 kumrat에서의 캠핑일정을 마치는 마지막 날이 되었다. 가는 길이 너무 힘들어 언제 또 오게 될지는 모르는 kumrat. 아무래도 아이들이 좀 더 커야 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이들의 생떼를 4시간 이상 듣고 있자니 너무 힘들었었다. 게다가 길을 운전하는 건 오로지 남편의 몫. 왕복 16시간 이상을 운전해야 하는 이 길이 운전자에게도 너무나 큰 일인 듯하다. 가는 길에 초대받은 둘째 형님 친정집에도 들려야 했기에 우리는 또다시 아침부터 서둘러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마치었다. 2박 3일 동안 음식맛이 잘 안 맞는 친정식구들을 위해 나름 열심히 애쓰신 셰프님과 우리가 가는 곳 다 따라다니며 안전을 책임져 주신 가드분들, 좋은 경치 보여주기 위해 울퉁불퉁 외길을 운전해 주신 가이드분. 그리고 여러모로 이것저것 신경 많이 써준 남편의 큰형.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여행한 kumrat 캠핑여행인 듯하다. 풍경하나만큼은 정말 1등인 kumrat. 아직 관광지로 개발되거나 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며 지내기에 아름다움을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
우리 친정식구들은 캠핑장을 떠나는 날, 시원하다 못해 얼음장같이 차가운 강물에 손과 발을 담그기도 했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kumrat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 가득 느끼고 싶어서 아닐까 생각이 된다. 나는 차마 손을 담글 용기조차 나지 않아다. 정말 너무나 차가웠다. 6월인데도 이리 차가운데 지금은 얼마나 차갑고 추울지 상상이 안 간다. 3월인 지금도 그곳은 아직 눈과 함께하는 지역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캠핑장을 떠나오며 우린 잠시 한 곳에서 차를 마시고 가기로 하였다. 나름 예쁘고 정갈하게 꾸며진 리조트&호텔이며 빨간색 지붕이 포인트인 것 같았다. 리조트 앞으로 강물이 흘러가니 이곳 또한 하룻밤 묵어가기에 나쁘지 않은 곳인 듯하다. 앞으로 장장 8시간 이상을 운전해 가야 하기에 다들 엉덩이 근육도 풀어주고 긴장된 몸도 풀고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나서 다시 먼 길을 나서게 되었다.
둘째 형님의 친정인 라밧(Rabaat) 지역은 이전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 있지만, 겨울철 오렌지 과일의 재배지로써 아마 파키스탄 전 지역에서 제일 맛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오렌지를 잘라서 붉은 과육이면 그것이 제일 새콤달콤 맛있는 맛이라고 하였다. 지난겨울 내내 우리도 그곳에서 공수받은 오렌지를 먹었는데 우리 막내가 제일 잘 먹기도 하였다. 세 며느리 중에서 둘째 형님의 손맛이 제일 좋기도 하다. 그래서 나도 종종 둘째 형님이 만든 음식들을 잘 먹기도 했었다. 셋 중에 내가 제일 요리솜씨가 없다. 먹는 걸 좋아하지 만드는 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항상 만들어주면 맛있게 잘 먹는 게 나의 장점이다. 한국인인 우리 가족들을 위해 둘째 형님은 파키스탄 현지음식이 아닌 파스타, 깐풍 치킨, 중국식 볶음밥 등 우리 가족들이 잘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만들어 주었다. 캠핑장에서도, 시댁에 머무르는 며칠 동안도 파키스탄 현지식이 잘 맞지 않아서 튀기거나 구운 치킨 위주로만 먹었는데, 둘째 형님 친정에 가서는 정말 온 가족이 포식을 한 것 같다. 젓가락까지 준비해 주신 센스를 보면 얼마나 손님에 대해 신경 써주었는지도 알 수 있는 것이다. 하룻밤 자고 가라는 둘째 형님의 가족들의 말은 마음으로만 감사하게 받고 우린 다시 시댁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파키스탄을 여행하면서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주변 환경 문제인 것 같다. 인간이 훼손하지 않은 자연경관은 정말이나 아름다운데, 쓰레기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특히나 하수처리 시설이 따로 없기에 집에서 사용하는 온갖 하수물이 그냥 집밖으로 떨어지고, 온갖 쓰레기들이 길거리에 나뒹굴다 보니 그것만큼은 정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하는 것 같다. 이들이 도시환경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파키스탄도 관광산업으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까울 뿐이다. 이렇게 우리의 kumrat여행은 막을 내리며 다음 언젠가 또 갈 수 있는 날이 있기를 기도해 본다. 인샤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