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들과 살아가야 한다.
한동안 파키스탄에서 라마단과 이드를 지내고
남편이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뒤로 뭔가 모르게 어수선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뭔가 정리도 되지 않으면서 정리를 하고 싶지도 않은 이 마음 상태.
어쩌면 이 마음 상태가 내 안에 있는 모순과 혼란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정리해야 할 것이 많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마음의 짐을 싹 싹 떼어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끝없이 미뤄둘 순 없지만,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질 것 같다.
그래서, 이 마음 상태를 바꾸기 위해 한 발짝씩 나아가 보려고 한다.
결국엔 남편이 먼저 한국으로 가면서
아이들과 나는 하나씩 정리를 해나가는 중이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들은 정리라고 할 것도 없고
나 혼자서 집 정리를 이리저리 해나가는 중이다.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다 노래 불렀던 둘째는 방 하나를 주었음에도 아직까지 나와 함께 잠을 잔다.
그래서 아이의 방이 휑하니 비어가길래,
결국 아이들 책상을 하나로 모으고 둘째 방을 공부방으로 만들어 버렸다.
첫째와 막내는 성별이 같아서 한 방을 같이 사용하는데,
아이들 방 화장실에 세탁기를 놓아두다 보니 항상 빨랫감과 함께 어수선한 방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결국 아이들 책상을 한곳으로 모으고, 남자아이들 방은 잠만 자게 하도록 하였으며,
세탁실을 이용해야 하니 그저 깔끔하게만 두도록 계획하였다.
주방을 보면 정리되지 않으면서 아직까지 어수선하긴 하다.
오픈형 주방이다 보니 계단에서 올라오면 활짝 보이기에 깔끔히 정리하고 싶지만,
음식을 만들다 보면 어수선해지기가 다반사이다.
나만의 공간을 과연 제대로 정리를 할 수는 있을는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왜 이리 내 집을 나만의 집이라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라고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된다.
2층 주택을 나와 아이들만 생활하기엔 너무나 큰 공간이긴 하다.
나는 방 3개짜리 단출한 집을 원했지만, 남편은 2층 주택을 렌트해버렸다.
어느 때고 이곳에 오려고 하는 시댁 식구들,
어떻게든 동생네 가족과 함께하려고 하는 시누이 가족들,
이런 상황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나.
그러다 보니 집에 애착이 생기지 않을뿐더러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1도 생기지 않게 되었으며,
어수선함을 갖고 있는 집이 되어버렸다.
결국엔 정리가 되겠지만, 그때가 언제일지 확실히 모르겠다.
그저 손 가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하나씩 정리해나아갈 뿐이다.
그냥 아이들과 나 이렇게만 지내도 괜찮을 것 같다 생각은 하는데,
남편도 걱정이 되니 자기 가족들을 불러놓을 테고
나도 한편으로는 이 커다란 집에 나 혼자 관리가 안 되니 벅차기도 하고,
참으로 이래저래 손가는 곳이 많은 파키스탄이다.
어수선함 속에서도
우리는 꿋꿋이 나아가고 있으며, 나와 아이들만 생각하려고 한다.
어수선함 속에서도
나는 아이들과 살아가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모른다.
어수선함 속에서도
싫은 감정 티 내지 않으며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곳이 파키스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