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지만, 이젠 그립습니다.
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들이었다.
40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를 피하기 위해 한국으로 도망쳤지만,
그곳에서도 땀을 흘리게 만드는 습한 더위가 나를 반겼다.
겨울에 태어난 나는 여름을 참을 수 없을 만큼 싫어한다.
"여름, 도대체 왜 존재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드는 날들이 이어졌다.
이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휩싸인다.
하고 싶은 마음은 커녕, 그저 더위에 지쳐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결국, 내 브런치에는 지난 4월 28일 이후로 글이 발행되지 않았다.
3개월이란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고 다시 돌아온 이곳은 여전히 뜨거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전기고지서에는 무려 11만 루피(약 한화 54만 원)라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10월이 되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걸 느끼며,
"이제 올해 여름도 이렇게 흘러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 지나가는 자리에서, 나는 그때의 청량함이 문득 그리워진다.
정말 극도로 싫어하는 여름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추억을 떠올리면 그 시절의 많은 일들이 여름에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미운 정이 들어버린 여름이다.
나를 지치게 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지만, 지나고 나면 그리워지는 특별한 계절이 되어버렸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여름휴가로 강원도를 선택했다.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의 여름휴양지는 항상 강원도였다.
엄마의 고향이기도 했고, 그곳만큼 시원한 곳은 없었던 것 같다.
외가 가족들과 함께 텐트를 치고 며칠씩 놀았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어린 사촌동생들과 물놀이 하고, 비가오면 차에 앉아 조잘조잘, 비가 그치면 다시 텐트로 가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그리고 끓여 먹었던 보글보글 라면, 노릇노릇 구운 감자전,
뽀얗게 우러나온 삼계탕의 맛이 떠오른다.
지금 다시 만들어 보아도 그때의 맛은 나지 않을 것이다.
그 시절, 그 시간, 그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나누었던 기억은 너무 특별해서,
이젠 내가 아니면 누구도 재현할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렇게 지나가는 여름,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의 마음 한켠에 소중한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여름은 나를 지치게 하지만, 결국 그리워지게 만드는 계절이다.
여름은 언제나 나에게 복잡한 감정을 안겨준다.
이 계절이 시작될 때마다 나는 그 뜨거운 햇살과 무더위를 피해 다녀야 하니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이따금 떠오르는 추억들이 더운 여름과 관련있다는 생각을 하다보면
넌 결코 나에게 불편함만 가져다주는 계절이 아니구나를 느끼게 된다.
여름의 이중성은 마치 두 얼굴을 가진 친구 같았다.
어릴 적, 나는 여름의 강렬한 햇살 아래에서 놀며 상큼한 아이스크림을 한 손에 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달콤한 순간 뒤에는 항상 더위가 따랐다.
여름은 내게 즐거움과 고통이 함께 존재하는 복잡한 계절인 것이다.
여름밤이 되면, 그 뜨거운 낮의 열기가 사라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순간이 가장 그리워진다.
이런 여름의 밤, 나는 소중한 인연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그리움에 잠긴다.
결국, 여름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선사한다.
비록 더위에 지치고 힘들어도, 그 안에 숨겨진 소중한 기억들이 나를 다시 여름으로 이끈다.
이렇게 여름은 내게 힘들고 복잡한 감정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귀중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소중한 계절임을 다시금 느낀다.
여름이 지나가고 나면, 나는 그리운 마음으로 다시 여름을 기다릴 것이다.
여름이 지나가는 자리에서,
다시한번 여름을 추억하고 여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