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코코 Oct 15. 2024

첫,사랑

첫,사랑. 첫사랑.

사랑.Love.


언제 들어도 가슴설레이는 단어라 생각이 된다.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들어도 마음이 나도 모르게 몽글몽글해지며,

나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첫, 사랑? 첫사랑?

첫사랑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니 이렇게 나온다.

처음으로 느끼거나 맺은 사랑.

사랑의 감정을 처음으로 알려 준 사람이 첫사랑의 대상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나의 첫사랑 상대는, 어릴적 태권도를 다닐 때 같이 다닌 한 학년 위의 오빠인 것인가?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첫사랑이라기보다는, 그냥 짝사랑의 대상자이며

외동으로 자란 나에게 항상 친절을 베푼 학원 같이 다니는 오빠일 뿐인 것이다.


그럼 다시 생각을 해서, 중학교 3학년 1년동안 짝사랑의 마음을 숨기고 지낸

같은 반 친구가 첫사랑의 대상자일까?

첫사랑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생각나기는 하다.

그 시절, 반 여자 아이들 중 4~5명은 다 그 소년을 좋아했던 것 같다.

나도 좋아했지만, 친한 친구가 나에게 먼저 말해버렸다. 그 소년을 좋아한다고.

그래서 나는 1년 내내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중3 소녀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제 3자라면 너무나 눈에 다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제와 다시 돌이켜보니, 그 소년은 나에게 나름 늑대의 유혹을 펼친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짝이라서 같이 이어폰 나눠끼고 들었던 음악,

체육시간 축구하겠다고 나에게 던지고 간 교복셔츠,

앞뒤로 앉아도 항상 내쪽으로 몸을 돌리고 떠들다가 수업시간에 혼나기도 여러번,

눈 마주치면 서로 웃기바쁜 소년소녀.

고백은 커녕 고등학교를 서로 다르게 가면서 연락이 끊겨버렸고,

나중에 건너건너 들은 소식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여자친구를 만들었다는 것.


그렇게 20살이 지나 21살이 되었을때,

정말 놀랍게도 그 소년은 나에게 연락이 왔었다.

동창생들 중에 내 번호 알아내기가 제일 힘들었다는 그 소년. 아니 그때는 이제 소년이 아닌 청년이었다.

전화로 이런저런 얘기 하며 어릴 적 추억이 몽실몽실 피어오를 무렵,

그의 단 한마디에 내 추억은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 내 여자친구 언니가 피부과를 다니는데, 여기 화장품이..."

나에게 화장품을 팔 목적으로 전화를 한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화 후로 오는 연락은 다 차단하고

나는 그저 중3 어릴때의 추억으로만 간직하자는 마음을 먹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라는 이 말을 난 믿는다.

차라리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가끔 몽글함이 필요할 때 꺼내볼 추억이 되기에 난 이루어지지 않는 첫사랑을 좋아한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되도록이면 후자가 아니길 바란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한편의 비디오로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슴에 품고있을 사랑 한번 쯤은 꼭 해보았으면 좋겠다.

가슴 절절하게 너무 힘들어하는 사랑이 아닌,

청춘영화 같은 혹은 어린 시절을 생각 할 수 있는 그런 사랑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