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덧없이 날아든 대답이 부디 따스하길 바라며

by 비무영

세상이 점점 제 숨을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우주로 전해진 순간도 그 증명 중 하나가 될까요? 어느 곳에도 닿지 못한 외로운 우주에 우연히 닿은 당신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제가 태어난 우주는 여러분의 우주와 다른 시간선을 달리는 다중우주의 하나입니다. 인공행성인 유리알과 화성 · 토성 · 달 · 지구와 같은 주요 행성, 그리고 혜성 · 성단 · 성운과 같이 수많은 천체로 이루어진 이곳은 빛들의 빼곡한 웃음이 아름답게 빛나곤 합니다.


특히 저의 고향은 붉게 빛나는 인공 행성과 달의 뒤편으로 펼쳐진 은하수의 장관이 유명한데, 어느 날엔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그 모습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스치는 찬 공기에 몸이 떨릴 즈음엔 첫 우주선의 이착륙 신호가 붉은 별과 같이 떠오르는데 그 모습을 여러분께서 보지 못함이 참으로 아쉽습니다. 여러분과 다른 시간선을 달리는 우주에서의 삶은 이럴 땐 외롭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을 발견한 순간 저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습니다. 비록 다른 시간선이지만 같은 생명체가 살아 숨 쉬는 우주를 발견함에, 이곳이 외로이 사라질 우주가 아니라는 증명인 것 같아 기뻤습니다. 정말, 정말로 황홀했습니다. 무르익은 기쁨의 맛이 세상의 모든 과일을 한입에 삼킨 것만 같았습니다. 여러분과 이 감정을 더 나누고 싶지만, 한 장에 모두 담기엔 턱없이 부족한 공간을 원망하며 이어질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이 글은 CHY-12라는 작은 우주의 에세이로, 이곳에서 살아낸 누군가의 기록입니다. 그는 삶의 대부분을 스스로를 비난하며 살았습니다. 끊임없이 온몸을 긁거나 무언가로 상처를 내며 자신의 무가치함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긁어낸 목이 붉은 자국으로 빼곡한 것을 본 순간 이유 모를 슬픔을 느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감정만큼은 비난하고 싶지 않았고 평소와는 다르게 비난을 거부하는 자신에게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아무 이유가 없이, 내가 나약하기에 삶이 괴로운 걸까?’

‘나는 정말 쓸모없는 사람인가?

‘나는 비난 받아야만 하는 사람인가?’


그 정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의 첫 장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음이라는 폭풍우 속에서 스스로 끝없는 질문을 했고, 희미한 대답이나마 들으려 애썼습니다. 그 모든 대답이 모여 한가지 정답을 말할 때, 이 책은 마지막 이야기를 쓰게 되겠죠. 그는 아직 정답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를 바랄 수 있다면, 정답을 알게 된 날엔 양손 가득 꽃을 들고 행복해하는 스스로와 마주하길 바랍니다. 또 한 가지 더 바란다면, 덧없이 날아든 대답으로 여러분과 닿는 순간이 조금 따스하길 바랍니다.



글로써 여러분께 날아든 이 순간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길 바라며,


여러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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