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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l 03. 2023

등굣길에 보는 풍경들

초1 삼둥이의 등굣길

삼둥이 : 2016년생, 첫째(남아), 둘째(남아), 막내(여아)

  

  휴직 중인 나는 초1 삼둥이들의 등하교를 함께 하고 있다. 삼둥이는 학년당 반이 9개에서 10개인 나름 규모 있는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학교 주변으로 아파트들이 몇 개 있어 등굣길은 피난길처럼 어린이들과 보호자들로 가득하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직선으로 숲처럼 된 길이 있는데 내 걸음으로는 5분, 삼둥이와 중간중간 운동기구 몇 번 돌리고, 클로버 보고, 꽃 하나 따고 하며 걸으면 10분이 넘게 걸린다.


  삼둥이의 성격이 극명하게 다름은 언제나 느끼고 있다. 둘째는 성격이 급하고 자기 맘대로 하고 싶어하는 아이라 언제나 내 앞에서 모습이 보일까 말까 하게 멀리 뛰어가고 있다. 도대체 왜 뛰는지는 모르겠다. 등굣길에 보면 우리 둘째만 뛰고 있다. 둘째는 몸에 고무줄 총이 장착 되어 있는 것 같다. 집에서 나가는 동시에 튕겨 나간다. 길이 아닌 길을 걷는 건 덤이다. 아, 그리고 하교할 때는 학교 건물에서 방아쇠를 당기는지 역시 튕겨 나온다. 


  막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겁도 많지만 호기심도 많아 매일의 등굣길에서 새로운 걸 찾아내는 스타일이다. 앞서가다 왜 따라오지 않느냐고 징징, 뒤서다가 왜 두고 가냐며 징징이다. 


  그리고 우리 첫째는 절대 내 손을 놓지 않는 아이다. 겁이 많고 조심성이 많아 입학한 지 넉 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학교 가는 길이 무섭다. 또 체력이 약한 건지 좀만 걸어도 숨이 차 통 속도를 못 낸다. 아이들이 처음 입학했을 때는 튕겨 나간 둘째를 쫓아가고 싶어도 첫째가 손을 안 놓아서 엄청 초조했다. 


  그러니 우리의 등굣길은 저 앞으로 뛰고 있는 둘째, 내 손을 잡고 안 놓는 첫째, 저 뒤에서 클로버에 한눈 파는 막내로 언제나 삼단분리 되어 있다.


  학교에 가면 먼저 도착한 둘째가 기다리고 있다. 둘째는 그 와중에 또 정은 많아 엄마를 보고 들어가려고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또 매일 아침 되는 헤어짐의 의식이 기다린다.


  입학하고 한동안은 짧은 포옹, 빠른 안녕으로 이루어진 인사였다. 그런데 입학하고 한 달쯤 되는 어느 날 아이들과 헤어지는 로비 앞에서 아이들도 잘 알고, 집에 몇 번 온 적도 있는 내 직장 동료를 만났다.


  아찔하게 귀여운 우리 막내가 그 이모를 보고 뭔가 보여줘야겠다고 느꼈나 보다…. 우리 막내는 그 이모 앞에서 나와 애절하게 헤어지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나와 안고 돌아서다 다시 돌아와서 안기고 다시 돌아와서 안기고를 반복했다. 나중에는 그 동료마저 웃으면서 “그만해도 돼!”를 외쳤다.


  그때부터였다. 대체 입학했을 때는 애절하지 않았던 이별이 갑자기 애달파진 것은. 이제는 둘째와 막내가 포옹하고 다시 돌아와 포옹하고, 하는 것이 루틴이 되고 말았다. 내내 손을 잡고 오던 첫째는 또 그런 극적인 것은 쑥스러운 건지 짧게 안고 갈 길을 간다.


  둘째와 막내의 그 애절한 헤어짐은, 그러나 입학 넉 달 후인 이 시점에서는 투머치하다. 그러나 뛰어와 극적으로 안기는 아이들을 냉정하게 대할 수도 없어 안아주지만 3회째 안길 때는 슬며시 짜증이 올라오는 것을 없는 모성애를 펌프질해 참고 있다. 그리고 그 연극적인 헤어짐에 사실은 정말 엄마랑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어느 정도는 깔려 있을 수도 있어 슬쩍 마음이 약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애들은 학교로 들어간다. 감수성이 풍부하지만 좀처럼 아이들에게는 찡해지지 않는 내가 하루 중에 유일하게 찡해지는 순간은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이다. 걸터 맨 가방이 어깨로 흘러 있고, 아직은 너무 높기만 한 계단을 올라가서, 아마도 알아듣기 힘든 수업을 엉덩이가 아프도록 들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찌잉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삼둥이는 또 무지 키가 작아서 찌잉이 더해진다.


  그리고 돌아서며 생각하는 것이다. 아싸~~~하교 때까지 자유다! 내가 지금 걷는 것인가, 나는 것인가! 가자, 가자, 학교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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