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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l 11. 2023

등굣길에 보는 풍경들 2

삼둥이 : 2016년생, 첫째(남아), 둘째(남아), 막내(여아)     


  삼둥이들을 번잡스럽게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갈 때는 보이지 않았던 풍경들이 들어온다. 저기 손잡고 등교하는 자매들이 보인다. 그들의 대화도 들린다. 한두 살 보다는 좀 더 많은 나이 차로 보이는 그녀들. 동생은 병설유치원 가방을 맸다.     


언니: 나 때려봐. 

(동생이 언니의 어깨를 살짝 주먹으로 친다.)

언니: 다시 때려. 더 세게.

(동생이 언니를 처음보다 세게 주먹으로 친다.)

언니: 그래, 걔가 때리면 너도 이렇게 때리는 거야.      


  아. 그랬구나. 언니는 등굣길에서 동생에게 얻어맞을 때 되갚아 주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언니의 표정은 격앙되지도 짜증을 내지도 않는다. 무심하고 평온하다. 저 숙련된 기술자 같은 표정이라니. 오히려 감흥한 건 내 쪽. 우리 삼둥이는 터울이 1분이라 서로 배우고 가르칠 게 없는데, 저들은 정말 멘토와 멘티 같다. 무심한 듯 인생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그 모습. 오래 기억에 남았다.     


  자매나 남매나 형제가 같이 손을 잡고 학교를 가는 장면이 좋다. 내 좋은 느낌과 달리 K-장녀이거나 K-장남일 확률이 높은 오빠, 형, 언니, 누나는 동생이 그저 귀찮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아줌마는 그들의 맞잡은 손이 좋다. 그 둘이 보통 얼굴이나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것도 좋다. 부은 눈이라던가, 눈썹의 모양, 동그란 광대가 비슷하다. 보통은 위의 형제가 동생을 끌고 가는 분위기다. 너무 빠르게 걷거나, 너무 느긋하게 걷는 그들이 귀엽다. 어마어마한 장난꾸러기 오빠거나 형도 동생 손은 꼭 잡는다. 손의 온기가, 그 뜨겁지도 서늘하지도 않은 온기가 서로를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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