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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l 26. 2023

닮았다는 것은

삼둥이와 그들의 부모

삼둥이 : 2016년생, 첫째(남아), 둘째(남아), 막내(여아)


  자식이 부모와 닮았다는 것은 외양의 문제만이 아니다. 겉뿐 아니라 속도 어지간히 닮는다. 성격, 성향, 성질, 기질의 닮음은 더 혀를 차고 코를 차게 만든다. 그리고 나아가 생각도 비슷하고 말투까지 비슷하다. 여기 삼둥이 중 첫째와 막내의 일화로 그 예를 만나 보자.


  어느 날 막내가 시댁으로 들어서면서 “뀨뀨! 뀨뀨! 어디 있어?”라고 말했다. 나는 그것이 막내가 좋아하는 인형에 붙인 이름인가 싶었다. 뀨뀨라니 그게 대체 뭔가. 그러다 얼핏 잠든 아이가 낮잠에서 깨더니 한 첫 마디도 “뀨뀨?”였다. 뭐래? 그러다 퇴근한 남편을 보더니 아이가 뛰어가 안기며 말한다. “뀨뀨~~~~” 아하, 뀨뀨는 아빠를 말하는 거구나. 남편 이름은 규로 끝나는데 그걸로 막내가 만든 애칭이구나. 

  아아아아, 그런데 십 년 전 남편과 사귈 때 내가 만든 남친의 애칭은 바로 ‘뀨’였다…….    

  

  주말마다 시댁에 가는데 막내가 항상 할머니에게 요구하는 음식이 매운등갈비이다. 시어머니에게 꿔 준 돈 받는 듯이 당당하게 요구하는 막내의 태도는 진심 너무나 부럽다. 그러다 어느 날 매운등갈비를 먹고 나서 입이 벌건 채로 막내가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양손을 모아 올리고 조신하게 할머니에게 큰절을 올렸다. 맛있게 먹어서 감사드리고 싶어서 절을 드린 거란다.

  아아아아, 나는 어릴 때 엄마가 퇴근하면 문 앞에서 절을 드리곤 했다. 엄마가 너무 반가운데 그걸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이번에는 첫째다. 작년인가 첫째를 씻기고 있었다. 우리는 작년까지 시댁에 살았어서 아이들은 평소 주로 할머니가 씻겨 주셨다. 오랜만에 내가 첫째를 닦고 있었다. 아마도 나의 손길이 할머니에 비해 섬세하지 않았나 보지. 눈에 거품이 잔뜩 들어간 첫째가 말했다.

  “엄마, 할머니가 씻겨 줄 때는 머리에 수건을 이렇게 이렇게 감는데 그러면 눈에 거품이 안 들어간다.”

  누가 들으면 정말 다정한 말투라고 하겠지만 나로서는 답답한 말투다. 그냥 “엄마, 눈에 거품 들어갔어!”라고 말하면 되는 걸 첫째는 꼭 저렇게 에둘러 말한다. 알고 있다. 다정하고 착한 말투라는 걸. 그런데 엄마로서는 저런 말투로 친구들에게 말하면 누가 알아줄까 싶기도 하고, 좀 여리고 약해 보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아, 알고 있다. 저렇게 타고 나기도 힘들다는걸. 

  그리고 나는 그날 아침 남편에게 카톡을 하나 받았다. 아침에 내가 에어프라이어로 구운 고구마를 남편에게 출근하면서 건네줬었다. 

“자기야, 고구마 잘 먹었어. 근데 에어프라이어를 쪼금만 쪼금만 더 돌리면 좋을 거 같아.”

  아아, 그냥 “고구마가 덜 익었어.”라고 말해도 괜찮은데, 내가 평소 겁을 너무 줬나. 그는 알고 있을까. 자신의 말투와 성향을 첫째한테 고대로 심어줬음을. 고구마다. 달콤하고 따뜻한데 잠시 잠깐 목을 답답하게 하는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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