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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Oct 26. 2023

네가 늘 선물을 받아야 되는 사람은 아니야!

왜 모든 사람이 너에게 선물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삼둥이 : 2016년생, 첫째(남아), 둘째(남아), 막내(여아)


  문제는 그 놈의 뽑기였다. 그 이벤트가 뭐간데 대체!     


  삼둥이들이 자주 가는,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이 몇 주간 공사로 문을 닫았다. 걸어서 십 분 남짓, 차로는 금방인 도서관이라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한 이래로 거의 매주 가던 곳이었다. 그래서 공사 중인 몇 주간 지금까지 가보지 못 한 도서관을 탐방하기로 했다. 옆 동네에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이 있어 처음으로 그 곳을 가기로 했다.      


  나는 두어 번 가본 도서관인데 삼둥이들은 처음 가는 곳이라 눈을 반짝였다. 유아/어린이자료실에 들어서니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어린이 경제 동화를 쓴 작가님이 얼마 후 강의를 오는데, 그 강의와 관련된 영상을 시청하면 뽑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벤트였다.      


  뽑기는 금색 종이로 만든 달러 모양의 종이딱지 동전! 1등 상품은 저금통! 그런데 이것은 그냥 저금통이 아니다!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리는 저금통! 아아, 거기다 산리오 캐릭터 저금통! 꽝인 경우에는 동전 모양의 초콜릿! 두두둥. 나는 듣고 말았다. 작고 귀여운 것에 언제나 마음을 홀리고 마는 막내의 가슴이 두두둥거리는 소리를. 막내는 산리오 저금통을 보는 순간 마음이 빼앗겼고, 알 수 없는 논리로 당연히 뽑기만 하면 저것은 내 것이 되는 거겠지 하고 생각하게 된 듯하다.      


  관련 영상은 우리 삼둥이들이 보기에는 많이 어려운 내용. 아마도 고학년 대상인 듯 했다. 그러나 뽑기를 할 수 있는 기회 때문에 아이들은 알아듣지 못 하는 영상을 열심히 시청했다.     


  그리고 뽑기! 예상했던 대로 셋 모두 꽝! 장남, 차남은 동전 초콜릿을 들고 그러려니 하는데 우리 막내가 이를 앙다물고 울음을 참는 게 보였다. 이제 마냥 유아는 아니라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지는 않았지만, 소리 없이 눈물을 펑펑 흘린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으며 엉엉 우는데 막내의 눌려진 울음 버튼은 나의 화 버튼을 눌러버렸다.     


  나의 화 포인트는 그거였다.     

왜 막내는 그 저금통을 자기 것이 될 거라고 당연히 생각하는가.

왜 작은 뽑기인데도 그렇게 몰입하여 온 정성을 다해 우는가.

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에게 선물을 줄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삼둥이들은 아주아주 사랑받은 아이들이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유독 친가 조부모님이나 아빠가 모두가 유난이라고 할 정도로 핏줄을 사랑하는 스타일이시라 행운아처럼 사랑을 샤워처럼 받아왔다. 그리고 이 하나를 뽑아도 다이소에 가서 작은 선물을 받고, 예방주사를 맞아도 선물. 만약 조금 냉담한 엄마가 없었다면 매일매일이 선물로 도배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아니, 독감예방주사를 맞은 게 뭐 잘 한 거라고 선물을 받아야 하나요? 아니, 이가 몇 갠데 대체 뺄 때마다 선물을 받나요? 이빨 요정님은 언제부터 생긴 신종직업인가요? 나 때는 지붕 위에나 던져지던 이빨인데요. 
 
   당시 생리 중이었던 내가 조금 과민했던 면이 있었음을 며칠이 지난   지금에야 반성한다. 아이는 워낙 감성적인 면이 있는 터라 원했던 것을 가지지 못 해 울었을 뿐인데 나는 그 울음 한 번을 지금까지 내가 못 마땅하게 생각했던 양육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 탓도 있으리라.     


 아이의 격정적인 울음이 차 안을 채우고, 그 안에 나의 격렬한 말은 피처링을 더하고 말았다.     


  “도대체 왜 네가 그 선물을 받아야 하는 건데? 

네가 다른 아이들 보다 어떤 면이 우수해서 그 선물을 받아야 하는 건데?(아, 잘못된 말이다. 뽑기인데 왜 여기서 아이의 우수성을 말하는가?) 

뭐가 억울해서 우는 건데?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돼(막내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네가 지금 밖으로 나가면 너에게 선물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너에게 공짜로 밥을 줄 사람은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엔  단 한 명도 없어(갑자기 밥이요?)!”     


  쩝, 과하게 우는 아이 앞에 과하게 분노하는 엄마다.     


  아이가 꼭 그렇게 생각한 것도 아닐텐데. 그런 생각을 가진 건 어쩜 나였을 수도.


  심성이 여린 막내는 “엄마, 미안해, 미안해.”로 급사과를 하고, 그 사과를 들은 후에 남은 것은 1의 잘못을 두고, 8정도로 화를 낸 내 자신에 대한 끔찍함밖에 더 있겠는가.     


  아, 어렵다, 어렵다. 어느 만큼 참아야 하고, 어디서 어느 만큼의 말을 해줘야 하는 건지. 하여간 화를 냈다는 것은 확실한 실수다.     


  한 주 후 다시 방문한 어린이도서관에서 이벤트는 계속 되고 있었고, 막내는 “엄마, 나 이번에는 진짜 실망하지 않을게! 한 번만, 한 번만 더 하게 해줘.” 아, 도박꾼같은 이 멘트.     


  이번에도 영상을 보고 뽑기를 뽑는데, 아, 우리 막내가 잔뜩 긴장해서 손을 살짝 떨면서 뽑기를 뽑더라. 그리고 하나를 잡았다가 놓고, 잡았다고 놓고, 그걸 3회 이상 반복. 사서선생님은 호호 웃으면서 아이를 기다리신다. 나는 순간의 화를 또 못 참고.     


  “빨리 뽑아아~~ 선생님 바쁘셔!!!”     


  역시나 꽝! 동전 초콜릿. 초콜릿은 달더라. 그리고 약간 씁쓸. 초1의 인생이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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