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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Dec 17. 2024

자식 셋이 모자라 하나를 더 데리고 백일장으로

5월 4일 서하전국백일장

  엄마는 말했다. 셋이 모자라서 하나를 더 데리고 가냐고. 그렇다. 오늘의 대회를 위해 카니발에 탄 것은 나, 남편, 우리 세쌍둥이, 거기다 세쌍둥이의 사촌 동생까지. 눈을 떠보니 우리한테 이 아이가 맡겨져 있었고, 남편과 나는 애들 넷을 데리고 백일장을 가기 위해 출발했다.


  장소는 예천! 예천은 곤충생태원에 오려고 애들과 방문해 본적이 있는 도시이다. 초2가 되도록 여전히 곤충과 파충류를 사랑하는 아이들! 아시는가! 우리 나라에 수없이 많은 곤충박물관이 있다는 것을! 예천곤충생태원은 입구에 커다란 사마귀가 두 팔을(발인가? 다리인가?) 내밀고 관람객들을 맞이하던 것이 강력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두 팔이 까닥였던가, 아님 까닥였다고 느낀 건 내 머리가 만들어낸 착각인가(다시 방문해 보니 머리를 까닥이는 것이었다!). 기억 속에는 거대 사마귀가 두 팔을 까닥, 까닥거리면서 우리에게 손짓했는데! 만족도가 몹시 높은 곤충생태원이었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면 곤충생태원에 가겠다 살살 꼬셔 데리고 갔다.


  그리고 십 여 년 전 구 남친, 현 신랑인 삼둥이 아빠와 연애할 때 이 백일장에 한 번 온적이 있다. 백일장 자체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삼둥이 아빠와 회룡포 뿅뿅다리를 걷고, 삼강주막에서 밥을 먹은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아, 좋았던 시절. 그 이쁜 커플에게 다가가 속삭이고 싶다. 너네는 곧 세쌍둥이를 나을 거야. 개고생 예정~~~~ 


  도착하니 조금 늦어서 한창 접수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일반부 산문, 아이들은 초등 저학년부 그리기 대회 접수. 다섯 명을 접수하느라 허덕였다. 아이들은 상상화를 그리는데 아이들의 그림을 도와주느라 내 산문은 뒷전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인내심이 강하지 못 하다! 물론 마흔 네 살의 나도 그렇지만 말이다. 그림 한 장을 완성해 내는 건 몹시 힘든 일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그림을 완성해 내는 것만으로도 수상권에 한 발짝 다가선 것이다. 


  아이들의 그림을 봐주고 하느라 산문도 허겁지겁 썼다. 학창시절에는 늘 산문을 썼었는데, 서른 넘어 백일장에 가서는 시로 노선을 바꿨다. 이유는 단 하나. 팔이 너무 아퍼~~~ 산문을 쓰고 옮겨 적고 하는데 기진맥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로 바꾼 것 뿐이다.


  글제는 ‘변신’이었다. 종이에 쓰고 원고지에 옮겨 쓰는 과정은 과감히 생략했다(비장한 척!). 그냥 원고지에 바로 썼다는 얘기다. 참 이상하지. 백일장 키즈였던 어린 시절에는 쓰는 것에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마흔이 넘으니 쓰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전혀 없어졌다. 오늘 예천에 온 것도 장원을 거머쥘 거야, 1등을 할 거야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상장과 상금은 늘 타고 싶으니께. 그러나 반드시 차지하겠어라는 맘 보단 아이들과 소풍 겸 백일장이라는 느낌으로 왔다.


  내가 쓰는 동안 아이들은 천막 아래에서 모기기피제를 만드는 체험을 했다. 그걸 만들고 와서 내 주변에서 뿌려대는 통에 계피 냄새를 맡으며 마구 써댔다. 


  글을 쓰고 나서 점심을 먹는데, 바로 근방에서 활축제를 하고 있다는 표지판을 보았다. 몰랐다, 몰랐다. 거기서 하루 종일 놀게 될 줄이야! 지역축제는 너무 재밌어~~~ 결국 목표한 곤충생태원을 못 가게 돼서 울먹이는 어린이 1인이 생겼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한 꼬맹이들의 하루였다. 


  오호라! 참방 수상하여 10만원 획득! 어린이들도 네 명 모두 특선 수상! 상 타는 건 언제나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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