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글 쓰는 거 좋아함

9월 28일 전국 박인환 백일장

by 제이

인제로 갑니다! 이번에는 전국 박인환 백일장이다! 삼둥이 여러분과 남편을 데리고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번에는 인제입니다!


오늘의 변수는! 세상에, 아우, 추워! 날씨였다. 9월인데 이렇게 춥다고? 이것이 강원도의 바람이요? 나 오늘 멋쟁이인척 하려고 해변에서나 입을 거 같은 짧은 가디건 입고 왔는디.


여름의 옷차림으로 온 나는 야외에서 벌벌 떨면서 시를 썼다. 어떤 날은 이렇게 십 분만에 쓰고 어떤 날은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나에게 속도와 작품성은 어떤 유의미한 상관 관계도 없다. 그저 빨리 써지면 기쁠 뿐이다. 늦게 써도 한 시간 남짓이다. 쓰는 것에 스트레스 받지 않기로 한다.


이것은 성인의 취미의 기쁨이다. 쓰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서른즈음부터 그런 것이다.


글을 쓰는 많은 이들이 유년시절 백일장에 많이 나가는 어린이였을 것이다. 나는 90년대 초딩으로 나름 혹독하게 글쓰기 트레이닝을 받았다. 방과후에 문예반 선생님 반에서 모여 매일 주는 글제로 한 편의 수필을 쓰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원고지 위 내 글 위로 빨간색 줄을 그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것이 국민학생에게는 어찌나 큰 스트레스인지 옥상 위에 올라가서 글이 안 써진다며 하늘을 보고 울었던 기억도 있다. 한번은 문예반 선생님이 주신 글제가 ‘논두렁 밭두렁’이었는데, 그때 논두렁이 무슨 뜻인지 조차 몰라서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삼십 년 후에도 기억나는 논두렁 밭두렁이여.


그런 트레이닝의 과정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실력-백일장에서 수상할 실력-도 늘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악의 슬픈 일은 어린이를 글쓰기에서 진력이 나게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언제나 과제이고 미션이었다. 더구나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아닌 아이가 마른 샘을 파듯이 써야 하는 것이었다.


서른 넘어 드디어 취업을 하고 삶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정이라고 칭하는 궤도로 들어섰을 때, 글이 편하게 써졌고, 아니 세상에 쓰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백일장에 출전하는 어린이였을 때보다 더 어린 시절에 무언가를 쓰고 싶었던 그 귀한 마음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서른 넘어 나에게 글을 쓰는 행위는 입시, 취업과 관련이 없는 그 무언가가 되었던 것이다. 내가 쓴다고 뭐라고 하는 이도, 쓰지 않는다고 뭐라 하는 이도, 잘 썼다고 격려하는 이도, 못 썼다고 빨간 펜을 드는 이도 없었다. 그러니 안 쓸 이유가 뭐가 있는가.


이것은 행복한 금가루를 손에 쥔 기분이다. 원래 금가루였으나 사금파리처럼 나를 찔러댔던 것이 이제 다시 사랑스러운 반짝임으로 되살아 온다.


성인의 취미로 이렇게 백일장이 나에게 다시 오는 순간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아무 의미가 없는, 나의 취미.


박인환 백일장에서 나는 ‘골목길’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언제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나이므로 썩 맘에 드는 시를 썼다.


세쌍둥이 어린이들에게 강제로 시를 쓰게 하고! 아니, 방금 유년시절의 혹독한 글쓰기 트레이닝을 우울하게 말하던 내가! 이제 어린이들에게 시를 쓰라고 강요하고 있군요! 하하하하하.


모두들 시를 쓰고 나서, 와아 나 진짜 이런 축제 너무 좋아한다고! 나는 모르는 분이었지만 유명한 과학유튜버가 어린이들을 위한 강연을 했다. 뼛속부터 피 한 톨, 한 톨까지 문과로 구성된 나는 그 강연조차 너무 힘겨웠으나, 세쌍둥이 1, 2호 남자 아이들은 홀려서 강의를 들었다. 아이들이 공부와 관련된 강연을 듣는 것만 봐도 왠지 뿌듯한 어미의 마음.


그리고 어머, 왜 이래요? 감자전을 부치는 행사를 하다니요? 더군다나 그렇게 맛있다니요? 솜사탕을 만들어 보는 체험부스가 있다니요?


박인환문학관과 인제산촌민속박물관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다니 이것 역시 너무 좋았다. 나는 문학관을 관람하는 걸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나만 그렇다! 결혼하기 전에 친정식구들과 여행하면 가족들은 밖에 있고 나 혼자 문학관에 들어가서 얼른 보고 나오곤 했다. 삼둥이 어린이들은 당연히 박인환 시인에 대해 아는 바 없으나 그들에겐 호기심이라는 것이 요동치니 문학관을 가는 것도 좋아한다.


이렇게 빡센 당일치기의 인제 여행을 했다. 그리고 차하 수상이라는 즐거운 결과도 있으니 내 어찌 백일장 여행을 좋아하지 않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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