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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an 07. 2025

아, 그러니까 지드래곤이 아니고 정지용

5월 19일 전국정지용백일장

  그렇다. 이번에는 충북 옥천이다! 백일장 유랑을 나가는 가족이 있었는디~ 그것이 바로 우리 가족인디~~ 초2 세쌍둥이는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그저 카니발에 실려 깔깔깔거리며 옥천으로 왔다.


  정지용 시인에게는 죄송하지만, 수준 낮은 나로서는 이제 지용백일장 하면 지드래곤이 생각난다. 아, 지용 중에 지용은 정지용인 줄 알았는데, 몇 십 년 후 후발주자 지드래곤이 태어날 줄이야!


  전국정지용백일장에 대해서는 내가 아주 할 말이 많다. 아니 할 말이 없다. 왜냐면 나는 이 백일장을 꽤 여러 번(삼둥이 출산 이후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정확한 회수는 기억나지 않는다) 참가했지만, 번번이 수상에 실패했다. 비루한 기억력으로는 5회 정도 참가한 것 같다.


  예전에 버스를 타고 죽향초등학교까지 걸어서 간 기억도 여러번인 걸 보니 많이 오긴 했나 보다. 버스터미널에서 죽향초등학교까지는 걸어갈만한 거리였다.


 정말 수상자 분들 대단합니다!(비꼬는 거 아니에요, 질투예용) 어떻게 수상하는 걸까. 


 보통 백일장은 시와 산문 부문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대회는 내가 참가한 백일장 중에서는 유일하게 시 부문만 있다. 정지용 시인의 이름이 붙은 대회라서일까?


  그리고 또 이 대회의 특색! 대상별로 따로 공간을 나누어서 대회를 치른다는 것. 대학.일반부가 모이는 곳 따로, 초등부도 따로 공간을 나누어서 대회를 치른다. 시험을 보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대회는 정지용 시인의 모교인 죽향초등학교! 집에서 1시간 40분 거리!


  우리 집 세쌍둥이는 저번 주 백일장을 나가 보지 않았는가!!! 그래서 살살 꼬셔서 이번에도 대회에 참가를 시켰다. 걱정되는 것은 어른들은 들어가지 못 하고 초등학생들만 모여서 대회를 치른다는 것. 이번에는 초등학생들이 강당에서 대회를 치렀다. 대부분의 초등학교 친구들은 고학년으로 보이고, 우리 아이들 같은 꼬마들은 없었다. 근데 뭐 어때. 참가대상이 초등부이지 초등고학년부는 아니니까. 


  자기들끼리 들어가기 싫다는 걸, 주제가 할머니란다 어린이들아 그래, 그래 너희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그 할머니! 라고 살살 꼬셔서 셋이 들어가게 만들었다. 걱정 많은 남편은 유리 문 밖으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고, 나는 대학 일반부가 모여서 시를 쓰는 곳으로 향했다. 


  얼레벌레 시를 쓰고 나와보니 아이들은 대회가 끝나고 준 빵을 먹으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이 유리문 밖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막내인 딸이 대회 운영진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께 뭘 물어보고 있었다. 대체 뭘 물어봤을까. 자기 나름대로 뭘 쓰고 물어보고 하는 걸 보니 웃음이 나왔다. 어쨌든 셋 다 뭘 쓰고 나왔단다! 그럼 됐지, 뭐!


  아이들이 쓴 글을 보지 못 했다는 게 아쉽긴 했다. 그 글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초등학교 2학년 세쌍둥이의 작은 생각의 조각들은 지금 어디 창고에 있을까. 


  어린이들에게 뭔가를 쓰게 하는 것은 나에게 큰 기쁨이다. 딸은 어릴 때 ‘선생님이 준 콩깍지, 열어보니 원플러스원’이라는 시로 나를 기쁘게 했다.


  20대 백수 시절, 백일장을 다니면서 꿈꾸었던 것은 이런 것이다. 만약 내가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더 멀리 대회를 나가야지(참가를 시키진 않겠다. 그건 하기 싫은 사람에게는 너무 고역이다.), 아이가 나가면 김밥을 사서 소풍처럼 와야지(김밥을 싸서는 절대 아니다), 상을 펼치고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게 해야지(현실은 붓을 헹구는 물통 셔틀에다 내 지우개다, 웃기지 마라, 내 거다 싸우는 애들 뜯어말리기)였다. 


  어쨌거나 그 꿈을 이루고 있는 현재, 아주 뿌듯하다. 나를 닮아 운동신경 없고 유순하게 태어난 세쌍둥이는 딱히 불만없이 그리기 대회도 나가고 지금 이렇게 시도 쓰고 있으니까. 아, 아이들이 유순해서는 아닐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대회를 다니고 끌려다니니 어쩜 아이들은 모든 전국의 아이들은 이렇게 백일장, 그리기 대회를 나가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나의 뿌듯한 마음과 다르게 결과는 뿌듯하지 않았다. 엄마와 그의 자식 세쌍둥이 모두 수상 실패. 전국정지용백일장의 벽은 너무나 높고 단단한 통곡의 벽이다! 내가 언젠가 그 벽을 부수리라아~~~~ 기다려라, 내년아!(욕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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