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 군포백일장
그렇다. 이번에는 군포이다. 아, 그런데 나는, 촌놈인 나는 군포라는 도시를 처음 들어봤다. 올해 대회가 32회이므로 역사가 유구한 대회이지만 나는 이번에 처음 참가하는 대회이다.
글 좀 쓴다 하는 사람들이 많이 그렇듯 나는 초등학교 때 백일장을 많이 나가는 학교 대표 어린이였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기나긴 백수 시절 가외의 돈을 버는 수단으로 백일장을 다녔다. 그때는 차가 없어서 대회 시간에 대중교통을 타고 도착할 수 있는가가 대회 참가 선정의 기준이었다. 10시에 시작하는 대회라면 내가 사는 지역에서 새벽 차를 타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도착할 수 있는가 그것만이 참가 가능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아, 물론 백수이니 시간은 많고 많았다.
그리고 두둥, 현 남편인 남친을 만난 것은 대중교통이 아닌 지역으로 갈 수 있는 날개가 되었다. 착한 기사를 둔 덕에 지금까지 못 가 본 곳의 백일장을 많이 다녔다.
그러나 두둥, 그것도 잠시 난데 없는 세쌍둥이 출산으로 오랜 기간 백일장을 잊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네, 다섯 살이 되어 다시 백일장 여행을 시작하려는디!
그러나 다시 두둥, 코로나가 나를 막아선다. 많은 대회들이 취소 되고, 나중에는 현장에서 열리는 백일장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접수를 받는 백일장이 몇 년 간 열렸다.
그리고 마지막 두둥! 세쌍둥이들은 이제 같이 백일장을 갈 정도로 많이 컸고, 나는 다시 백일장을 다닌다.
그러니 오늘 온 군포백일장은 백수 시절에 멀어서 못 왔고, 남편이 남친인 시절에는 다른 일정으로 한 번 걸러졌을테고, 그리고 삼둥이 출산과, 코로나로 한 번도 참가를 못 한 대회였을 것이다.
근데 왜 이렇게 비가 와요. 내가 사는 지역에서 군포는 무려 2시간 30분 거리. 오전11시에 세쌍둥이와 남편과 군포로 출발했다. 장소는 철쭉동산. 군포를 처음 와봤으니 철쭉동산은 와 봤겠는가. 내비로 찍어 도착한 장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철쭉도 없었다. 아, 철쭉은 언제 피더라.
대회 안내문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니 아차차! 우천으로 장소 변경이란다. 군포시 평생학습마을이란 곳으로 비를 뚫고 다시 갔다. 건물 안에서 현장 접수를 하는데, 부문이 전국 초중고, 학교밖청소년, 대학.일반부가 아닌가. 아니 나의 자식들 세쌍둥이가 바로 초등학교 2학년 아닌가!
원래 나만 일반부에 참석하려고 왔으나, 이왕이면 어린이들도 참석시키자는 마음이 들었다. 어린이들은 그리기 대회에는 여러번 참석했으나 백일장은 처음.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어찌나 똑쟁이들인지 또래보다 한글을 늦게 뗀 어린이들이라 백일장이 뭔 말이요, 글씨나 잘 쓰면 감사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코흘리개 1학년이 아닌 코를 닦을 줄 아는 2학년! 그들도 시를 쓸 수 있다!!!
주제 중에 ‘뽑기’라는 주제가 있어, 나도 아이들도 그 주제로 시를 썼다. 아, 그러나 이제 한글은 알지만 원고지를 그저 네모 투성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종이에 쓴 시를 내가 원고지에 옮겨 쓰고, 그걸 아이들이 다시 원고지에 받아 썼다. 아빠가 옆에서 한 자, 한 자 원고지에 쓰는 것을 봐주고. 그러니까 세쌍둥이는 자기가 쓴 시를 다시 베껴 쓰고 있는 중.
그 와중에 나도 급박하게 모드를 전환한다. 비가 오고 장소가 바뀌는 정신머리 없는 상태를 진정시키고, 아이들이 5분만에 쓴 시도 머리에서 지우고, 남편과 아이들이 책이 있는 곳으로 보낸 뒤 머리를 흔들어 나의 시를 써본다.
오늘 하루 중 유일하게 무언가를 생각해 보는 순간이다. 백일장에 참가하는 것은 세쌍둥이 엄마, 며느리, 직장인, 아내를 떠나 어디 저기 먼 곳에 가 있는 어떤 시간이다.
이 평생학습마을은 아이들이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시를 쓸 장소도 이곳 저곳 많아 좋았다.
그리고 결과는 엄마, 삼둥이 1호, 2호, 3호 모두 수상 실패! 군포 내가 기억할 것이야. 내년에 다시 올 것이야! 그때는 철쭉동산에서 나의 시상을 펼칠 것이야. 기다려라 삼둥이 1, 2, 3도 1년 간 실력을 닦을 것이다, 기다려라! 군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