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먹고 개굴개굴

7월 20일 김동명시인전국백일장

by 제이

이번에는 강릉이다! 집에서 2시간 10분 정도의 거리. 보통 봄, 가을에 열리는 백일장과는 다르게 이번 대회는 한여름에 열렸다. 아마도 실내에 쓸 수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장소는 김동명문학관. 내 마음은 호수요~~의 김동명 시인을 기리는 문학관. 우리는 그 덕분에 은유법을 익혔지.


멀다는 걱정도 잠시, 더 걱정은 연이은 폭우와 폭염. 전날에도 비가 오던 터라 고속도로를 타는 2시간 여의 시간 동안 폭우를 맞진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러나 백일장대회들의 날씨 선택은 언제나 탁월.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에 습기도 덜한 쾌청하고 겨드랑이에 땀이 안 배는 날씨였다. 아이들이 혹시나 물에서 놀까 물놀이 장비 및 의상을 준비할까 했지만, 대회 시간이 오후 2시인 터라 어째 오전이고 오후고 시간이 애매할 거 같아 준비하지 않았다.


마침 강릉에는 대학 때부터 친한 후배가 살고 있고, 후배의 첫째도 우리 세쌍둥이처럼 2016년산 2학년! 대회에는 초등부가 있어 대학 후배의 아들도 참가해 보라고 권유(라고 하고 꼬드김) 했다. 그래서 우리 집 세쌍둥이와 강릉의 어린이 한 명이 참가했다. 물론 나도 포함.


어린이들이 쓰는 글은 귀엽고, 귀엽고 또 귀엽다. 후배의 아들은 백일장에 처음 참가해 보는데 쓰면서 나더러 ‘뭘 써야 해요?’ 하고 쓰면서도 ‘지금 내가 맞게 하는 거예요?’라고 물었는데, 아아, 너무 귀여워. 저 모든 질문이. ‘너는 잘 하고 있고 네가 쓰는 모든 건 맞아’라고 답해주었다. 글을 쓰는 아이들 머리 속에 무슨 생각이 퐁퐁 피어오르고 있었을까.


시제는 약속, 콩나물, 설탕, 비눗방울. 이런 구체적인 시제 너무 좋다!


이것은 수상하진 못 했지만 내 마음 속 수상작 둘째의 작품


<비눗방울>

비눗방울 안은

무지개처럼 생겼다

우리 마음에도

동그란 비눗방울이 있다

다른 사람도 터지지 않는

비눗방울을 간직하고 있다

지구도 보이지 않는

비눗방울이 있다.


이것은 역시 수상하지 못 했지만 내 마음 속 폭소상 첫째의 작품


<설탕>

달콤달콤 맛있어

사탕에 들어가도 맛있고

젤리에 들어가도 맛있고

아무데나 들어가도 맛있고

엄청 맛있어

먹으면서 안 좋은 추억은

솔솔 사라진다.


첫째는 매일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배고파’와 ‘맛있어’인 아이로 평소 자신의 생활을 시로 잘 표현한 작품이라 하겠다. 그 아이가 뭘 먹으면서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면 맛있다는 소리다. 너무 맛있어서 짜증이 나는 거다! 엄청 맛있어라니 엄청 귀엽다.


아이들이 글을 쓰는 것이 교육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 나는 알지 못 한다. 그러나 자기를 표현할 수단을 갖는 것은 좋지 않을까. 그것이 꼭 시나 산문이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음악으로도 그리기로도 춤으로도 노래로도 자신의 감정, 행복이든 슬픔이든 우울이든 아픔이든을 표현할 수단을 갖는 것은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혹시 글쓰기일 수도 있어 애들을 데리고 백일장을 다닌다.


아니다. 사실은 뻥이다. 사실은 내가 백일장을 나가고 싶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이다. 아하하하. 어차피 내가 나가야 하니, 그리고 나는 운전을 잘 못 하니까 충직한 기사(남편)가 필요하고, 그러니 애들을 봐야 하므로 애들도 데려가는 것이다.


또한 사실대로 말하면 애들이 상을 타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언젠가 자신감이 꺾이는 시기가 있을 것인데 그 전까지 저학년 기간에는 좀 젠체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나 잘난 맛으로 사는 것이 뭐 언제까지 가겠는가. 선생님이 상장 김땡땡하고 친구들은 짝짝짝 박수를 쳐주는 것. 아이들 마음 속 공명심을 채워주는 것. 그건 아이의 바람보다 유난인 엄마의 바람일 수도.


보다시피 작품의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이 저런 시를 쓰는 것이 정말 좋다. 네 명의 아이들은 제각각 비눗방울, 설탕, 콩나물을 시제로 열심히 글을 썼다.


나는 그 애들의 맞춤법과 띄어쓰기, 원고지 사용법을 좀 봐주고 애들이 나간 후에 허겁지겁 글을 썼다. 요즘 들어서는 모드 전환이 쉽지 않다. 엄마, 엄마 친구였다 백일장 참가자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


나는 ‘설탕’이라는 시제로 글을 썼다. 후다다닥 글을 쓰고 나가보니 삼둥이와 후배의 첫째, 둘째가 풀밭에서 청개구리와 메뚜기를 잡으며 땀을 후두둑 흘리고 있다. 후배의 첫째가 손등에 청개구리를 놓고 유심히 관찰하다 청개구리가 튀어올라 아이의 입으로 쏙 들어갔는데 내가 너무 웃어 나중에는 아이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며칠이 지난 지금 그 날을 기억하면 개구리를 입에 넣은 아이의 표정만 떠오른다.


그리고 발만 담그자고 간 해변에서,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온 몸이 발임을 입증하며 온 몸을 바다에 담갔다. 물놀이 장비를 자신 있게 준비하지 않은 나의 자신감이 멋지다. 내가 사랑하는 후배가 살고 있는 강릉, 그녀가 시댁도 친정도 멀리 있는 그 곳에서 아이들을 저만큼 애면글면 키워냈다는 게 안쓰럽고 애틋했다.


결과적으로 네 아이들의 글은 모두 수상에 실패하고, 나만 최우수상을 수상했는데 이것은 역시 애들은 다 핑계고 나 좋자고 간 대회임을 증명하는 것일까!


후일담을 얘기하자면, 강릉에 사는 후배는 운전하면서 전에는 보이지 않던 백일장 개최 현수막이 보이기 시작했단다. 그래서 첫째를 두 번 데리고 가서 두 번 수상하는 즐거운 일이 있었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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