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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Feb 06. 2023

헬로카봇 여성 캐릭터들에 대한 어떤 생각

  일단 나는 헬로카봇의 열혈 시청자가 아님을 밝혀 둔다. 그저 헬로카봇이 틀어져 있는 걸 멍하니 3년째 보고 있는 그냥 시청자이다. 지금 생각나는 카봇도 오직 메디언트 하나 뿐이다(조립할 수 있는 것도 이것 뿐). 따라서 캐릭터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은 아니며, 멍하니 본 세월 동안 멍하니 생각한 내용들이다. 헬로카봇의 출연자들, 그 중에서 여성캐릭터들에 대한 생각이다.     


<선생님, 이제 좀 그만 우세요.>-담임선생님 민유나

  차탄의 담임선생님이다. 신규 임용된 선생님으로 보이며,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르치는 데에 나름의 열정도 있다. 그러나 초보 선생님이어서 그럴까,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럴까 너어무 운다. 마음도 여리고 착하고 그리고 또 너어무 운다. 목소리도 힘이 없다. 물론 선생님은 위험의 순간에는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좋은 선생님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선생님을 위로하고 달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캐릭터에 불만인 점은 글래머라는 점이다. 여리고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글래머 스타일의 사회 초년생. 그래서 불만인 거다. 왜 그래야 되는 걸까. 왜 선생님마저 글래머여야 하는 걸까. 그것도 미취학 남아들이 많이 보는 만화에서, 혹시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주진 않을까. 아니면 나는 그냥 만화적 문법을 이해하지 못 하는 불만 많은 아줌마인 건가.     


<공무원 외벌이는 힘들다구요!>-엄마 전다해

  전다해는 팔방미인의 여성캐릭터이다. 자격증이 무려 500개에 달하는 능력자이며, 대부분 실패로 끝나지만 만화 내내 여러 가지 시도와 도전을 하는 캐릭터이다. 동화를 쓰고, 웹툰에도 도전하고, 각종 아르바이트에, 바쁜 여성이다. 가장 좋은 점은 힘이 세다는 점! 무술에도 능숙하고 겁도 없어 범인들이나 악의 무리 소탕에 큰 힘을 발휘한다. 어쩔 때는 경찰인 아빠 보다 경찰에 더 어울려 보이기도 하다.

  차탄 집안은 경찰공무원 외벌이 집이다. 그리고 차탄의 아빠는 그 경찰직 마저 몇 번 그만두기도 한다. 전다해가 이것저것 열심히 일하고, 자격증을 따는 모습을 보면 경제적으로 불안한 외벌이 가정의 모습 같아 보인다. 물론 차탄네 집을 보면 수도권의 단독주택으로 형편이 나빠 보이지는 않지만…. 

  그리고 평범하고 현실감 있는 의상과 외모다. 검정 바지정장을 입는 모습도 잘 어울리며, 평소 입는 민소매 티도 잘 어울린다.

  어쨌든 탄아, 탄이 어머니는 능력 있는 이 시대의 여성이란다. 네가 조금 더 크면 엄마는 사회로 나가서 아빠만큼이나 활약하게 될 거야. 어린 아들을 키우며,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오늘도 열심히 자격증을 따는 전다해 여사 파이팅! 범인 몇 명 잡아서 경찰 특채 노리자구요!     

<조금만 더 프로답게!>-이지은 기자


  미모의 기자 이지은! 이지은 기자의 외모가 너무 예쁘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싶었으나! 아니 요즘 뉴스를 보니 이지은 기자는 현실 미화가 아니라 현실 고증이었네! 현실에서 요즘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 미모의 기자들이 많더라. 

  이지은 기자에게 바라는 것은 조금만 더 프로같은 모습을 보였음 한다는 것. 열정많은 신입기자같은 모습으로 물불 안 가리는 모습은 좋지만, 전문적여 보이지는 않다. 물론 이지은 기자의 전임자인 정대기 기자(이 분이야말로 현실 고증!)도 그리 전문성을 갖춘 기자 같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요즘 할머니들 안 그래요!>-차탄 할머니

  아주 가끔 등장하는 차탄 할머니. 만화에 나온 할머니들을 볼 때마다 불만은 정말 너무 할머니를 그려놨다는 것이다. 차탄 나이의 손주를 가진 할머니라면 60대에서 70대 초반일 경우가 많은데 그 연령대의 할머니들이 어떤 모습인지, 어떤 목소리를 가졌는지 몇 명이라도 보고 그린 건지 모르겠다. 물론 개인차가 크겠지만 요즘 손주가 생겨서 할머니인 거지, 세련되고 건강하고 자세도 좋은 분들 많다. 근데 카봇 속 할머니는 모습 뿐 아니라 목소리도 전형적인 할머니의 목소리이다. 이것은 만화를 함께 볼 진짜 할머니들에게 기분 나쁜 일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만화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차탄 할머니의 시어머니 노릇…. 며느리 전다해에게 당연한 듯 일을 시키고, 전다해는 또 그걸 따르는 모습. 즐겁지가 않다. 전다해 여사, 왜 참고 있어요! 당신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할머니, 왜 며느리만 시켜요! 튼튼한 경찰 아들 놔두고! 

  그걸 같이 보는 남아들이 ‘아하, 엄마는 저렇게 할머니가 시키면 일하는 사람!’, 그걸 같이 보는 할머니는 ‘내가 저렇게 늙어 보이나. 사람들에게 손주가 있는 사람은 저렇게 보이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거. 이거 또 내가 불만 많은 아줌만 건가요?     


<좋아해요, 바니공주님>-바니공주 

  안녕하시오. 그대들, 수고가 많소 지진이라도 난 것이오? 올해 농사는 참으로 잘됐소이다.

아니, 차탄 소식도 없이 어인 일이요? 반갑소이다.

  시공을 초월하는 헬롯카봇, 달나라라고 못갈쏘냐. 가끔 출연하는 바니공주님! 영화에서는 주연급으로 나오적도 있다. 사실은 바니공주를 넣은 것은 나의 사심. 내가 좋아하는 바니공주. 말투부터 공주 출신이라 앙증맞고 귀엽다. 하오체 말투라니! 거기에 보송보송하고 귀여운 외모, 차탄을 은근히 좋아하지만 앙큼하게 숨기는 태도까지. 차탄에게 뛰어들어 안길 때는 너무 귀엽다. 

  차탄의 친구인 모나와 수지도 현실적인 여자 어린이 캐릭터지만, 나는 바니공주를 볼 때도 저런 여자 어린이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차탄, 모나, 수지, 장군이보다는 몇 살 어릴 거 같은 느낌. 자신이 공주임을 내재한 듯한 우아한 말투와 태도. 사랑 많이 받고 자라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여자어린이 같다. 그들은 자신이 공주인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공주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은근히 따뜻한 구석이 있다. 그런 아이가 몇 년 지나서 자신의 공주 시절을 부끄러워 하고, 모나, 수지처럼 평범한 아이가 될 때의 아쉬움이란.     

  

<예쁘지 않으면 악역도 못해먹는답니다>-M라인

  아, 처음 M라인을 봤을 때의 불만이란. 이름이 M라인이지 몸매는 S라인인 M라인! 처음 보자마자 든 생각은 아, 악역이라도 여자는 이뻐야 하는구나였다. 쓴맛이다.

  M라인은 빼어난 외모를 가졌다. 오빠들인 S라인, T라인, G라인은 과장된 얼굴 크기거나, 아주 마른 몸, 거대한 몸집으로 만화적으로 생긴 외모인데 비해, M라인은 현실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워너비 몸매와 외모를 가지고 있다. M라인의 언니 E라인 역시 M라인처럼 훌륭한 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남자형제들은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외모, 여자형제인 M라인과 E라인만 팔등신의 몸매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녀들은 귀여운 외모에 훌륭한 글래머 몸매, 거기에 항상 그 몸매를 돋보이게 할 전신 쫄쫄이를 입고 있다. 쫄쫄이는 뭐 라인일당 전체의 유니폼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 그냥 넘어가야 하나. 그리고 결정적으로 M라인은 말할 때 말끝마다 귀여운 고양이 자세를 취하면서 ‘앙!’하고 말을 끝낸다. 

  모든 것이 불만어린 의문 투성이인 것이다. 왜 여자형제들만, 왜 앙! 앙!거리는지, 왜 글래머여야 하는지. 

  또 라인일당 중에 자주 출연하는 것은 주로 M라인, S라인, T라인인데, 이건 정말 사소한 장면이지만 그들이 뭘 먹을 때, 예를 들면 생선을 구어먹는다고 하면 보통 M라인이 부채를 들고 생선을 굽는다. 당연히 그걸 들고 있는 건 M라인이어야 한다는 듯이.


  그리고 전반적으로 배역 이름도 없는 진짜 단역들이 나올 때도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그런 것들이다. 연인 관계의 둘이 나오면 여자는 거의 삐치거나(화내는 게 아님), 선물에 불만을 갖는다거나, 거의 구애를 받는 쪽이다.     

  헬로카봇은 미취학 아동들의 장수 프로그램이다. 물론 주인공은 카봇(여자카봇 비중도 너무적다구요!)이지만, 이야기를 이루는 주변인물들에도 좀 현실 반영을, 그리고 더 좋은 현실을 만들 반영을 해줬으면 한다는 거다.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은 건가요? 그건 비이~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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