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 일주일 전 #2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 화마다 드러내고자 하는 감정들이 뚜렷한 것 같다.
드라마가 말하고 싶은 대주제는 후반에 있겠지만,
생각을 깊게 해 보도록 만드는 감정들은 2화에도 가득했다.
.
.
사별은 이별보다 낫다. 라는 말이 있다.
사별에는, 이별처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고문’이 없어서일까. 사별은 과거의 기억만을 안고 살아가야 하지만, 적어도 새로운 추억이 쌓일 수 있을 거란 기대 자체를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별보다 조금은 더 가혹함이 적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없이 살아가던 주인공에게 예고 없이 다시 나타난다 남자가. 그리고 일주일 뒤 다시 이별하게 될 것이라는 절망적인 미래 또한 동시에 주어진다.
여주인공의 감정이 어떨지 사실 가늠도 잘 안 갔다.
나는 사별을 해본 적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충족된 적도 없었다. 이별의 아픔 정도에서 그친 채 그렇게 살아왔다.
희원도 처음에는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가 상황을 계속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람우가 내민 ‘버킷리스트’였다.
—
처음에는, 사랑했던 여자에게 다시 찾아와서 한다는 부탁이, 고작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함께 해달라는 정도인가? 라는 생각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마 희원이 탐탁지 않아 했던 이유와 동일할 것 같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 비춰진 람우의 모습이 모든 것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희원이 우스갯소리로 친구들과 말했던 버킷리스트를 람우가 우연히 들었고, 적어두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나서 저승사자의 모습으로 돌아와 그 버킷리스트를 내밀었다.
희원은 정작 기억도 못 할 말들인데, 람우는 5년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성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희원을 다시 살려놓는 효시가 되었다.
—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왔던 첫사랑과의 재회
사소한 기억까지 소중히 간직한 애틋함
참 익숙하고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소재들이다.
그러나, 이번 화에서 특별하게 드러난 희원의 모습이 있다. 람우와 버킷리스트를 하나둘씩 이뤄가는 과정 중에, ‘일주일 뒤 죽게 될 것‘ 이라는 사실을 염두하고 있는 모습이 단 한 번도 비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소재는 다를지 모르겠으나,
‘자신의 죽음보다, 재회의 순간이 더 소중한 두 사람’ 을 통해 드러나는 감정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죄책감 때문이었든, 현실도피였든,
분명 두 사람의 감정은 죽음보다 앞섰다.
.
.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이런 모습이다.
극에서는 조금 비현실적으로 표현되긴 했지만,
내가 죽게 된 원인이었던, 원수가 되어도 모자를 한 사람을 위해 온 정성을 다하는 사랑이나,
내가 죽게 될 것이라는, 절망적인 현실마저 잊게 만드는 기쁨을 이뤄내는 사랑이나,
결국 사람의 원초적인 감정을 다 뒤덮고도 남을 사랑임은 똑같다.
사랑은 이래야 한다.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복수심을 이기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죽음을 이기는 사랑이,
진짜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사랑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