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by 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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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일이었다. 하루 종일 지쳐 들어온 어느 저녁, 부엌에서 익숙한 된장 냄새가 났고, 누군가는 나보다 먼저 집에 와서 국을 재우고 있었다. “먹고 씻어”라는 짧은 말 뒤에 놓인 따뜻한 국그릇. 말로 다 하지 않아도 되는 배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위로가 담겨있었고, 나는 그 된장국 하나에 사랑을 처음 배웠다. 사랑이란 복잡한 개념이 아니라, 결국 누군가를 위해 국 한 그릇 데워놓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고 처음 생각한 날이었다.


음식은 손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그 마음은 결국 마음으로 전해진다. 예를 들면 그런 순간. “그냥 대충 먹자” 해놓고는 냉장고 문을 열고, 반찬통을 하나씩 꺼내어 조용히 밥상을 차린다. “이거 너가 좋아하던 거 맞지?” 묻고는 짧은 웃음 몇 번이 오가는 밥상을 상상해 보자. 그 순간 저녁 메뉴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만 그 밥상 위에 오롯이 남는다.


그날 이후로 나는 종종 상상한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된다면, 그 사람을 위해 어떤 밥상을 차릴 수 있을까. 요리 실력도 형편없고, 비싼 재료를 구비할 능력도 없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마음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 아마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음식보다는 나의 정성에 기뻐하는 사람일 테니까.


내가 음식을 통해 배운 사랑은 특별하지 않다. 다만 아주 따뜻하고, 오래 가슴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