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런 사람이야”라는 말만큼 사람을 가두는 말은 없다.
나는 한때 내 성격을 ‘소심하다’고 소개하곤 했다. 어떤 선택 앞에서든 남의 눈치를 봤고, 대답 대신 웃음으로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 아마 학창 시절 더 활발한 친구들 사이에서 쭈뼛대던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생겨난 성격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학에 들어가고 음악을 전공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 속에 있자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는 어디서든 거리낌 없이 농담도 던지고, 리액션을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삶이 달라지니, 나도 달라졌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있는 경험을 해본 적 있지 않나. 연락도 없이 5년 만에 만난 친구는, 예전엔 그렇게 산만하고 경박하다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이제는 말 수 적고 눈빛이 무거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항상 무거움은 내 몫이었는데, 이제는 그 친구가 나에게 무거운 단어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결혼이 나를 바꿔놨어. 아내가 엄청 진중한 사람이거든. 내가 안 바뀌면, 같이 살 수가 없더라고.” 친구는 담담히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이 내게 오래 남았다.
성격은 고정된 게 아니었다. 살아가는 방향이 바뀌면, 자연스레 성격도 틀을 바꿨다. 지금 내 모습도 이미 몇 번의 연단을 거쳐 도달한 모습이고, 이마저도 완성된 성격이 아니다. 친구는, 직장은, 배우자는, 각종 환경들은 내 삶과 성격을 생각보다 짧은 시간 내에 바꿔버린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를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 아무리 단단해 보여도, 삶 앞에서는 누구나 부드럽고, 유연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