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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맥주캔

그 누군가는 왜 마셨을까 기쁜 일로 마셨기를, 축배지! 

 알 수 없다. 나 스스로를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실제보다 과대하게 생각하거나 혹은 과소평가. 그래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라는 게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스스로를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지질하고 천박하고 세속적인 것에 찌든 사람.


 원하는 걸 원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게 문제의 출발이 아니라,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를 모른다는 문제.


집에 들어오는 골목길 나지막한 담 위로 누군가 남기고 간 맥주캔. 술을 즐기지 않은지 꽤 오래다. 가끔 마시기는 한다만, 그냥 술을 마신 후 그다음 날의 약간 찌뿌둥함(숙취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과 컨디션 저하 때문이다. 지금 당장 기분 좀 좋겠다고 실컷 달리는 체력이 뒷받침되는 나이가 아니다.(이건 나이의 문제라기보다는 건강상의 문제일 듯)


 가볍게 캔맥주 하나 할 수 있는 누군가의 목마름. 나의 목마름은 탄산수로 해결.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게 그렇게 아쉽거나 슬프지 않다. 체력을 한 방울까지 긁어모아 가끔 폭음을 하거나 그러고 싶지도 않다. 전반적으로 욕망이 줄었거나, 술에 대한 애정이 다했거나.(요즘은 레드와인을 마시지 않는다. 이상하게 그건 속도 불편하고 그다음 날도 심하게 머리가 아프다. 와인도 비싼 건 한도 끝도 없는데 다행이지 뭐야.) 그냥 술을 마시면, 다음날 어떨지 지금 나의 반응이 어떨지 예상이 안된다. 매일매일 해내야 하는 일들에 지장 생길까 봐 많은 것들이 조심스럽다. 체력, 면역력, 나의 소화기능, 간의 해독능력 등등 많은 것들이 의심스러워진다. 

 이러다가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도 꺼려지는 때가 오려나. 그럼 많이 슬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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