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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오시마로 간다

여행갈 때 가지고 갈 책을 고르는 즐거움과 어려움

by 인유당

어쩌다가라고 썼다가

벼르고 별렀던 이라고도 해본다.


나오시마에 간다.

빨간 호박이 있고, 예술의 섬이라 불리는 곳.

존재를 알고 나서는 내내 가고 싶었다.


패키지 아닌 개인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준비한 엄두가 나지 않아서 못 갔다.

누군가 간다고 하면 그냥 따라가고 싶었다.


그러다 이제 간다. 수업시간에 '가파도'를 준비해서 발표한 적이 있다. 물론 학과의 특성에 맞게 유산적 가치를 탐구하는 것이었지만, 가파도가 나오시마를 따라 해보려 노력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더더욱 가고 싶었다.(가파도도 좋은 곳이다)


나오시마 관련 책이라도 보는 게 좋을 텐데라는 생각은 가기 이틀 전에야 들었다.(수업을 빠지게 되어, 수업준비를 당겨하느라 프라이부르크 책과 논문만 보고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는 했는데, 얼마나 볼지 모르겠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저주 때문에 정말 공부를 멈출 수가 없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서는, 여행 시에 읽을 책 선정에 공을 많이 들인다. 단 한 권 그 책 밖에 없기 때문에 볼 수밖에 없는 1) 아주 어려운 전공서적이나 2) 영어원서를 들고 가기도 하고 3) 마음의 울림을 주는 채근담, 도덕경 같은 책, 4) 단편소설집 5)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조건의 책의 내용보다는 물질성이다. 가벼워야 한다. 하드커버 노노. 그리고 분실우려가 있으므로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 같은 건 안된다. 그리고 여차하면 외국현지인에게 주고 와도 되는 책(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책 같은 건 안된다)


그러고 보면 꽤 까다롭게 된다.


이번엔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란, 시도 있고 설명도 있는 책/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이라는 재미있게 술술 잘 읽힐 거 같은 책을 두고 고민 중이다. 겨우 3박 4일에 두 권은 무리이고, 분명 이동 중 책을 읽기보다는 아마 자주 기절한 듯 쓰러질 것 같다.(나의 저질 체력이여, 분명히 원인을 찾아야 한다. 사람이 이렇게 개 피곤할 수는 없다. ) 앨리아데의 <성과 속>을 들고 가고 싶은데, 두께는 적당하나 하드커버다.(재미와 흥미로서의 독서가 점점 멀어지고, 공부 연구 관련 책만 보고 있다. 나처럼 넓게넓게 읽던 인간도 물리적 시간의 한계에 부딪쳐서 자꾸만 공부책만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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