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 책 나눔 이벤트
책 나눔을 신청했다. 내가 활동하는 독서클럽 카페의 연말 이벤트이다. 이벤트를 신청하면 신청자들 중에서 랜덤으로 주소가 오고 내 책들 중 보내고 싶은 것들을 손편지와 함께 보낸다. 예전에는 주소가 무작위여서 내가 책을 보내는 사람과 내게 책을 보내는 사람이 달랐는데, 이번에는 쌍방을 같이 묶어 매칭을 했다. 주소를 받았을 때, 내가 아는 사람이어서 실망했다. 그 사람이 읽고 독서하는 책을 대략 알았기 때문에 중복이 되는 사고를 피하는 것이 유일한 장점이었다.
누구인가 상상하고, 그 사람을 위해, 내가 보내는 책들을 설명하고.... 이런 재미가 없었다.
하여간, 나는..... 늘 다양하게 잔잔한 물건을 함께 보내는 스타일. 양말과 소소한 간식들을 함께 넣었다. 책은 소설, 에세이, 시집... 이렇게 구성했다.
보내면서, 나의 가난하고 단출한 살림이 슬펐다. 뭔가 집에 여분의 좋은 것들이 없었다. 그리고 사서 보내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요즘 매일 하는 돈타령의 일환으로 하자면, 경제적 여력이 부족하다. 소소한 간식들은 여기저기 모임에서 먹으라고 받은 것들이다. (나는 과자를 잘 먹지 않는다만 거절도 귀찮아서 일단 집에 들고 온다. 그리고 과자를 잘 먹지 않지만, 가끔은 먹으니 비상용으로 쟁여놓는다)
주소를 받자마자 바로 꾸려서 택배를 보냈다. (이런 일을 미루지 않는다. 뒤돌아 서면 잊어버리는 나이다.)
내 택배가 받았을 날짜에 내 상대편도 부지런한 사람인지, 바로 내게도 택배가 왔다. 버지니아 울프의 편지글....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와 다정한 손편지 그리고 차 티백. 심플하다.
누군지 아는 사람이라 설렘은 없었지만, 택배-누군가에게 받는 선물은 기뻤다.
요즘........... 누군가의 돌봄, 선물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내 마음을 무라카미 하루키가 비유하는 도넛에 비유하자면, 도넛 안에 결핍이라는 구멍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