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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봐

by 인유당

내가 주의를 모아 찍는 사진이 있다. 절에 가면 연등, 성당에 가면 초, 산에 가면 돌탑, 관광지에 매단 자물쇠 등. 모두 누군가의 간절함이다. 늘 의문을 품는다. 남들은 뭘 빌까. 남들은 무슨 소원을 비는 걸까. 내가 무언가를 간절히 소망하거나 바란 적이 있는가. 그것을 위해 무언가 열심히 해본 적이 있는가. 늘 그것이 마음속 의문이다. 그래서 나는 타인의 간절함이 부러워 훔쳐보며 사진을 찍는다.


대략 4가지 정도로 압축된다고 본다. 돈, 건강, 사랑(연애, 결혼, 가족), 직업 (공부, 승진, 진학, 이직)... 거의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이 4가지의 확장이거나 결합이다. 이것에 간절함이 없는 것은 나의 욕구 수준이 낮아서인가, 아니면 다 가져서인가. 이런 식의 의문도 마음에 품는다.


우연을 기다린다. 운명이 있다면 내게 정해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만나고 싶다. 만남을 기다리지 못하고 버선발로 뛰어나가 초싹거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연이 우연일 수가 없지.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하는 게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 실은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어서, 혹시라도 하고 싶은 걸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헤맨다.

[예스맨] 영화처럼 오는 제안이나 남들의 권유를 거절 안 하고 받아들여보기도 한다. 그것의 장점은 나의 프레임 바깥의 것들도 해볼 기회를 갖게 되는 거라고 한다.

발은 땅에 있지만 한 번은 올려다보고 한 번은 내려다본다.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한다. 아, 내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바라는가.


연말, 그 해를 정리하고 다음 해를 생각하는 건 바라는 바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그것에 다가갈까를 생각하는 거다.


새해 첫날이 되면 혹은 새해를 준비하면서 이런 질문 하나쯤 한다. 혹시, 바라는 바, 소원하는 바가 있는가?

이런 계획 앞에 가끔 무색해지는 건, 살수록 인생이 계획대로 안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

그래서 누군가 외친 말(영화평론가 이동진 님)이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 대로."


호랑이를 그리려고 해야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다는 말도 있고.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 '어른'의 삶이지만

계획이라도 있으면 조금 다른 날, 어제와 조금은 다르게 성장하는 내가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



내 몸 하나도 힘들었던 2024, 큰 비용을 내고 한 건강진단에서 유의미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다만 숫자는 숫자일 뿐. 느낌이 병명이 되는 건 단지 시간차.


건강을...내 발로 오래오래 걸어다니며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연동성당. 초 하나를 밝혔다.

연동. 선림사. 연꽃맛집/ 아라동 남국사. 소원쓰기 코너가 있다.

화면 캡처 2024-12-14 185006.png

[예술감성글쓰기]수업에서 사용하는 PPT의 일부이다. 연말에 수업을 가면, 이 그림을 넣는다. 연말이니까.....이런 생각 하나쯤 해보라고. 막막한 그 청춘들에게 생각할 꺼리를 하나쯤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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