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캐와 부캐-무엇이 본캐인가
원래 제주 사람이 아닌데 제주에서 산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기를 바랐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손오공의 분신술, 미키 17에서처럼 하나쯤 복사해서 두고 진짜 몸은 공부하고 가짜 몸은 일해주기를 바란다.
예정에 없이 육지스케줄이 생겨, 예정에도 없이 급하게 비행기를 해서 또 공항 비행기, 지하철역 전철, 버스정류장, 기차역의 기차를 오가며 길바닥에 시간과 나를 깔며 다닌다.
나이 들어 공부하는 것의 어려움은
아니, 나이와는 관계없지만 가정살림, 시댁, 친정, 남편, 아이들 등등 가족관계가 얽혀있다는 것이다. 그 책임과 무게가 각자마다 다르겠지만 있는 존재들과의 관계에 따른 의무가 있다. 물론 권리도 있지만, 그건 나이가 들수록 그것이 차지하는 아름다움은 적어진다. 할 일은 많아지는데, 내가 받는 혜택은 미미하다.
또 가게 된 육지스케줄도 알고 보면 가족의 일들이다. 나는 또 서울 안양 대전 청주를 헤매고 다녀야 한다.
이럴 때면, 단순하게 삶을 만들고 그저 도서관에 앉아 책을 보는 조용한 시간을 바라게 된다.
육지 스케줄은 강행군이다. 만나면 좋은 사람도 많고, 육지에 간 김에 찜해놓은 이것저것들을 하게 된다.(그래놓고는 육지에 가면 공부를 못한다며 투덜댄다. 흥, 앉아있지를 않는데 공부는 무슨 공부.) 이번에는 단일하게 신년회 참석 모임 하나만 가지고 갔고, 육지체류 후반 스케줄은 고향에 가서 부모님과의 식사, 같이 잠자며 도란도란하게 대화 나눠드리기에 날을 배정했다.
“가족은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
일본의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