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령은 27~31세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네이버 카페글에 따르면
대학원생의 평균연령은 27~31세라고 한다.(끄덕끄덕 납득이 간다.)
https://cafe.naver.com/daehakwon/66998
구체적으로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해도 좋겠지만,
그냥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푸념을 섞는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 이상은의 노래 '언젠가는'의 가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카피가 크게 대중에게 어필한 것은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다. 꽤 많다. 이쯤 되면 보통 평균연령의 대학원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내지는 경쟁구도라는 게 잡히지 않는다. '나는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를 목표로 하는 마라토너가 되는 심정이다.
가끔, 아니 자주 멈추어 서서 생각한다. 일부러 생각할 때도 있고 누군가의 질문을 받았을 때도 있다.
'나이' 그리고 '노쇠함', 닳아짐, 스러져가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자꾸 늦어지고 공백이 생기는 게 정말 우연인지, 아니면 내 무의식적인 지연인지도 생각한다.
그렇게 늦어질 때마다 늦춰질 때마다 생각한다.
이왕, 늦게 시작했으니 그냥 천천히 해도 됨. ----> 여유
이왕, 늦게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한 해라도 빨리 결실을 봐야 해. ---> 조바심
석사과정에 일부러 느리작 거려서 남들보다 1년 졸업이 늦었다. 그리고 우리 과는 5학기가 기본학기로 2년 반, 보통보다 1학기 반년이 더 길다. 또한 입학원서를 잘못 넣어 졸업하자마다 입학하지 못하고 1학기(6개월) 늦어졌다. 자꾸 공백이 생기고 늦어지고 중간중간 쉬어가게 되는 게, 다른 장이 열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내 마음의 결과일까. 뭐 이런 것들을 생각한다.
정확한 인과관계도 규명되지 않는 것들을 생각하느라 또 생각은 꼬리를 물고, 생각하느라 내 한정된 자원을 쓰고 있다.
어차피 늦은 거 그냥 쉬엄쉬엄해도 되는 건지
늦게 시작한 공부니까 하루라도 빨리 마치려고 노오력을 해야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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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이것이 지금 내가 바라고 있는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2009), 임홍빈 역,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문학사상 258~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