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극의 키보드는 무엇인가
내 인풋과 아웃풋에 쓰는 도구를 떠올리며 키보드들.
좋은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유능하거나 장인의 경지에 다다르지 못하였기에 장비라도 좋아야 한다. 좋은 키보드가 좋은 내용의 글을 이끄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오타율과 짜증은 줄여준다. 최소한 키보드가 불편해서 글 못쓰겠네라는 말은 안 하게 된다.
나의 장비빨은 키보드이다. 논문을 시작하며 글이 써지지 않는 게 키보드의 탓인 양, 이것저것 사들였다. 갈축 적축 청축 등 용어의 키보드들이 존재했다. 인체공학을 고려한 설계로 손목을 보호한다는 웨이브형도 사봤다. 노트북의 얕은 키감의 불편을 해소해 줄 휴대용 키보드도 장만했다. 지루하고 따분한 키보드 두드리기를 보완해 줄 불빛 번쩍번쩍한 제품도 사봤다.
키보드계의 에르메스라 불리우는 해피해킹이 궁금하지만 뭐 그것까지는....,
최근에는 커스터마이징 된 키보드를 장만했다. 묵직하게 무게감이 있는데, 왜 이리 무겁게 만든 거지? 무거운 키보드는 왜 존재할까?라는 의문은 사용하면서 해소되었고 나의 최애 키보드가 되었다. 차분하게 책상을 꾸욱 누르며 나의 방정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무게감 있게 꾸욱 눌러준다. 이것의 아정감은 비유하지만, 카페에 쿠션이 있어 안고 있거나, 큰 가방을 앞쪽에 안고 있어야 앉아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과 그 기분이 유사하다. 아니면 '누름돌'이라는 걸 아는지. 장아찌나 김치등 발효식품이 위로 둥둥 떠서 공기와 접촉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눌러주는 용도의 돌 같은 물체를 말한다. 예전에는 반들반들하고 크고 납작한 돌들을 썼는데, 그런 게 귀한 요즘은 용기의 크기에 맞게 그 역할을 하는 용도의 제품이 있다.
글 쓰는 사람의 장비빨이라면 좋은 필기구 소개여야 하지 않을까.... 어떤 소설가는 이 시대의 화석처럼 스테들러 연필을 깎아 원고지에 글을 쓴다고 한다. 종이에 육필로 글을 쓰는 사람과 컴퓨터 자판을 치며 얼마든지 백스페이스로 자신의 글을 지울 수 있는 사람의 글쓰기는 다를지도 모른다.
종이에 글을 쓰다가 타자기, 워드 프로세서 그다음의 세상인 컴퓨터, 이제 음성을 텍스트로 바꾸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글의 발전방향에 대하여>
1. 도구가 달라짐에 따라 글쓰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2. 키보드의 커스터마이징
3.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호모파베르
4. 장비빨이라는 말. 신유물론에서 물질의 행위성을 인정하는 말.(제인베넷의 생동하는 물질)
5. 내가 사랑하는 물건들.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물건들.
6. 커스터마이징이라는 용어. 커스터마이징을 위해서는 내가 나를 알아야한다. 평소 무엇이 불편했고 나의 습관은 무엇이고 등등. 그래야 내게 맞게 키보드를 배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