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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공부하기-지도교수님 파악하기

지도교수님에게 스며들기

by 인유당


원론적인 정의하기 (데피니션)부터 했어야 하는데, 이제껏 지도교수란게 뭔지 안다는 전제하에 글을 썼구나.

지도교수란 대학원생의 학업과 논문을지도하는 교수를 말한다.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지도 교수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지도교수의 역할은 학생의 수강신청, 학사, 학업, 논문연구, 실험 등을 지도합니다.(구글 ai의 요약)


지도교수님에게 지도교수님이 되어주십사 말씀드리고 허락을 얻고

학교 측에 지도교수로 서류를 제출한다.


나는 지도교수님과의 관계가 좋은 편이다.

이건 석사 때 이야기이다만, 우리 과는 지도교수 선정이 일종의 뺑뺑이다.

물론 내가 연구하겠다는 주제와 관련이 있는 지도교수를 배정하는 게 원칙이기는 하다.

그러나, 나의 석사 전공학과는 [자연문화유산교육학과]였는데, 전임교수님이 세 분이었다.

1) 역사학 전공

2) 지리학 전공

3) 윤리학 전공


대개 제주의 자연 지리에 대해 쓴다면 2번 교수님께 배정되고 그 외에는 그때그때 달랐다. 학생수를 고려하기도 하고, 한 교수님께 몰리는 경향이 없도록 골고루 배분하는 것으로 보였다. 1번 교수님은 수업을 들어본 적도 없고, 까다롭다고 소문났고, 선배들의 논문심사자리에 가봤는데 내가 좋아하기 어려운 분이었다. 그래서 피하고 싶었다.(그러나 1번 교수님은 정년퇴직을 하셔서 그 후 다른 교수님으로 바뀌었다. 후배들에게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2번 교수님의 지도를 받고 싶었다. 이건 향후 제주에서 자리 잡기, 직업적인 연결을 생각할 때 사회적 지위가 있는 2번 교수님께 지도를 받는다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거 같다는 계산이었다. 수업시간에 이런 주제로 쓰면 좋겠다, 자료가 많으니 줄 수도 있다 이런 말씀을 하신 거 중에서 내가 쓸 수 있을 만한 것을 골라, 제목과 관련 참고문헌을 작성했다.


그러나.... 내게는 3번 교수님이 배정되었다. (모든 건 운명이다, 아니다 '인연이다'라고 말한다)

그 당시는 아주 섭섭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내게는 계산이 있었다. 그리고 1,2,3번 교수님께 배정된 학생들을 살펴보니 2번 교수님께 배정된 학생들은 이미 사회적인 자리도 확실해서 그냥 학위를 따기만 하면 되는 전도유망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3번에 배정된 학생들은 내가 봐도, 나를 포함 조금은 찌질 해 보였다. 그러니까 배정의 권한이 있는 2번 교수님이 괜찮은 학생들을 싹쓸이 하고 나머지 학생들을 적당히 1번과 3번에 배정하는 것으로 보였다, 내게는.....(이 무슨 근거 없는 패배의식이란 말인가. 그만큼 그 당시 나는 2번 교수님께 배정받지 못한 게 잘못된 일처럼 느꼈다)


그러나 다시 또 긴 이야기가 반복되겠지만, 나는 지도교수님께 원활히 논문지도를 받았다. 그리고 더불어 학교생활 전반, 현재의 관심사, 요즘 읽는 책들을 말하고 의논한다. 대학원생활의 어려운 점 중 하나는, 내 공부에 대해 같이 말할 사람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 교수님과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특히나 요즘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 참 즐겁다.


교수님을 찾아뵙는 게 힘들지 않고, 오히려 설렌다. 내가 하는 말로 교수님처럼 시간당 임금이 높은 사람이 시간을 내어 나를 봐준다는 게 얼마나 귀한 기회인가, 늘 생각한다. 대한민국 1타 강사를 내 개인과외 선생님으로 하여 쪽집게 과외를 받는다라고..... 늘 그런 마음으로 어떻게든지 조금 더 교수님의 시간을 내 것으로 하려고 애썼다. 1타 강사, 시간당 높은 임금, 개인과외, 쪽집게 과외 등의 단어를 쓰고 보니 비싼 과외도 내게 배우겠다는 절실한 마음이 우선해야 그것의 고마움을 아는 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나는 간절했고 늘 목이 말랐다. 논문을 쓴다는 게 무슨 길인지 몰랐고, 그 비밀의 방법은 교수님이 알려주실 것으로 믿었다. 그 믿음은 시간과 횟수가 더해질수록 확고해졌다.


교수님의 지적이 부당하다거나 억울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아무리 힘들게 해 간 걸 교수님이 아닌 것 같다~ 날려라~는 말을 하셔도 속이 쓰리기는 했지만, 싫지 않았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교수님이 교수님 밑으로 박사를 오라고 하시는 말이 기뻤고, 그 말에 따라 교수님 아래로 박사과정을 진학했다.


지금 이 글을 남기는 건, 내 이 석사 때의 마음이 바뀌지 않고, 무난하게 박사공부를 이어나가기를, 그리고 논문을 쓰고 졸업하기를 바라서이다.

사람들에게는 음.... 5년은 걸리지 않겠어요? 혹은 우리 지도교수님이 졸업을 빨리 안 시키고 숙성을 시키는 분이세요라고 말하며 '긴~'여정임을 강조한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고... 다른 요인들도 있다는 핑계를 삼기 위해서다.

그러나, 나는 학사규정에 있는 대로 36학점 얼른 따고 종합시험, 외국에 시험 빠르게 통과해서 3년 만에 박사졸업하고 싶다.


석사를 어쩌다가 4년 만에 졸업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졸업 후의 진로, 앞의 계획이 두려워 일종의 졸업유예를 한 셈이다)

길게 걸렸다. 박사를 하게 되면 어쩌면 석사 때 보다 가야 할 길, 할 일, 직업의 세계는 더욱 좁어지고 어려워진다고 한다.

그래도 이제는 그다지 두렵지 않다. 박사학위를 얼른 취득하고 또 다른 세상의 문을 어서 열어젖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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