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할게요~
1. 무엇이 내 소원인가
2. 휴학의 이유
3. 새로운 공간의 힘
4. 긍정적인 피드백의 힘
5. 돈이 갖고 싶다
종이 질이 좋다고 생각했다. 한지 느낌? 남국사는 제주대 입구 2~3 정거장 전에 있는 절이야. 시내 볼일 보고 해가 있고 여유 있게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면 미리 '남국사'버스 정류장에 내려 환승할인 30분 내에 경내를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오곤 했어. 서귀포에 사는 지금은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네. 경내가 넓고 녹차밭도 있고 버스에서 내려 바로이고.. 뭐 좋아한 절 (불상 등 불교교육의 종교적 기능은 그다지 마음 끌리지 않았어) 그걸 마당에 소원지를 배다는 코너가 있어. 올 초파일 즈음 가니까 생겼는데 아직도 가면 있는 게 이제 상시 운영하기로 했나 봐.
이런 종이, 기도를 할 자리에 가면 뭘 써낼 건지를 묻지. 너네 가게에 물음을 안고 오는 고객들도 같은 마음이 아닐까. 무엇을 묻고 싶은가. 무엇이 내가 이루고 싶은 걸까. 휴학을 하게 된 것도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 게 없고 간절히 원하는 게 없어서지 싶다.
함께 땡땡이를 하며 이곳저곳 다니던 그 시절이 생각하면 너와 나의 호시절이었지. 이제 다시는 그렇게 열에 들떠 마구 쏘다니지는 못할 거다. 체력이 딸려서 ㅎㅎ.
서귀포 생활은 꽤 좋아.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 하루하루가 충만하다는 거.
휴학하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다른 삶. '선과 '후'가 새로이 조작되는 기억의 재구성. 휴학을 결심하고 그러면 뭐하지 하고 할 일들을 찾은 게 아니라, 이런 것들을 하고 싶어서 할 수 없이 휴학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새로운 공간은 내게 새로운 기회와 영감을 주는 것 같아. 세미오시스, 기호학이라는 학문을 알게 되어 또 다른 무기를 몸에 장착한 느낌이 들어. 존경심 절로 우러나오는 좋은 교수님 (인격적으로, 학문적으로, 성실함으로 )을 알게 된 것도 아주 좋아, 관련 교재나 논문 읽는 것도 즐겁고, 좋은 일들 가득.
그런데 체력과 컨디션이 그다지. 나이 탓도 있고 최근 자주 아픈 편이야. 많이 자. 잠이 많아졌어. 잠을 잘 수 있을 때 자려고 졸리면 자는 편이야. 잠자는 걸 원래 좋아하고 잠이 많은 편. 피곤하다고 잘 수 있는 게 아님을 수면장애를 겪으며 알았기에 잘 수 있으면 자는 편, 많이 자는 것도 수면장애의 일종이지만 못 자는 거 보다는 낫지.
눈이 침침. 바꾼 안경이 마음에 들지 않아 새로 해야겠어. 책 보기가 어려워. 다초점렌즈 안경이라는 거에 도전해볼까 싶어.
불교, 절, 큰스님 등등 관련 행사에 참여할 일이 않고 그 행사들에 가는 게 좋아. 요즘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일을 잘해, 그리고 긍정적이야. 안될 이유를 찾지 않고 어떻게든 되도록 추진하는 사람들, 나를 꽤 유능하게 봐주고 일을 소개해주고 사람들을 소개해주고 그래. 내가 쓰임새가 있어서겠지만, 안된다 뭘 그런 걸 하려고 하느냐에 젖어있다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일은 참 좋아. 내가 부정적인 인간이다 보니 외부에서는 그래도 긍정적인 신호를 받고 싶은 거지.
어제 창작 발상 수업시간에 참고될만한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 어디 가나 다 좋은, 믿고 새로 시도해볼 만한 말들을 해주셔, 고마운 일이야.
새로운 공간, 새로운 세상은 나를 새롭게 해. 얼마나 바라던 일이니. 권태로운 건 참 지겨웠어. 믿기지 않는 나의 제주행은 확실히 내 삶을 바꾸어놓았어. 직업 찾고 돈벌이만 할 수 있으면 되는 건가. 얼마만큼 벌게 되면 완전한 독립이 가능할까.
돌고 돌아 또 결론은 돈 이야기인가. 그렇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내 마음속에는 이루지 못한 꾹꾹 누르고 있는 돈이 있는 건가, 갖고 싶다. 그런데 능력 없어 돈 못 버니 갖고 싶지 않은 것으로 하자.
부정적인 사람을 만나는 일은 나의 에너지를 떼어주는 것 같은 힘든 일이다. 그런 나를 어지간히도 오래 만난 너도 참 연구대상이다.
그림이나 디자인 같은 형태가 있는 모양 있는 결과물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