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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숲섬 Dec 04. 2022

내 한 몸 뉘일 곳은 어디인가

서귀포로 이사하기

"너 아직도 위스키 마셔?” 

".”

담배는 아직 피더라.”

"

요즘 담배값이 많이 올랐다던데 집이 없을 정도로 돈이 없을 정도면 나 같으면 독하게 끊겠다야.”

"알잖아.   담배 사랑하는 .”

"하하(어이없다는  웃으며),  사랑  염치없다야.”

영화 <소공녀> 월세, 담배값이 오르자, 내 집을 포기하고 잠잘 곳을 찾기 위해 여행처럼 친구들을 찾아다니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미소는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다'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위스키와 담배를 포기 안 하고 사는 집을 포기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울해하기만  나와는 달리 미소는 자기 생각이 확실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스탠다드한 삶이란 기호를 포기하고 집을 택하는  옳은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  미소의 친구들은 집은 있지만 불행해 보였다. 미소는 집은 없지만 위스키와 담배를 즐기며 집 없음을 불행의 한 자락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삶을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미소처럼 기호품에 탐닉하는 것은 몸을 위한 쾌락이다. 그리고    곳을 찾아야 하니, 그것도 몸을 위한 일이다.


, 사는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건, 기숙사가 임시 거주지였기 때문이다. 내가 머물던 기숙사 기혼자 숙소라는 곳은 1년만 사는 것이 원칙이고 혹시 공실이 있으면 1  연장 가능, 운이 좋으면 2년을   있다. 대학원 수업연한 2 , 졸업까지 기숙사에서 지낼 수만은 없이 2 안에 나와   곳을 찾아야 했다. 나는 주거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고  살아야 하는 동네가 없었다. 결정장애라는 유행어가 있는데, 치열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가질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었다.


제주에서 부동산을 구할 경우 필수인 ‘오일장사이트에 들어가면 검색의 편의성을 위해 조건을 넣게 되어있다. 원룸/아파트/ 오피스텔  주거형태, 연세/월세/매매/전세 등의 지불 형태, 부동산이 위치한 동네, 그리고 금액 상한선.  무렵 대안 없는 신세타령만 돌림노래처럼 했다. 결정하고 책임지는 어른 노릇을 한적 없이도시간을 보내이 나이가 되어 버린 것이 고 맙 기도하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내가 살았던 기숙사방은 1층이었는데 오전이면 아침햇살이   근처를 서성이다가 그냥 가버린다. 밖은 저렇게 밝고 환한데,  공간으로는 햇빛이 손바닥 크기만큼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땅에 접한 1층이어서인지 습도가 아주 높았다. 빨래를 자연광으로 말릴  없고 낮에도 형광등을 켜야 하는 곳에서 살아보고 나서, 집을 구하는 조건 중에 채광과 환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방에서는 밤에 잠만 잤다. 그래도 가끔 낮에 집에서 뒹굴 때가 있었는데, 짧지만 가끔인  시간들을 위해 공간에   신경을 쓸 것인가, 그냥 대충 살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좋다, 싫다가 분명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들여다보니 중요한 일들에 취향과 가치관이 없다. 이래도 ~ 저래도 흥~인 데다가 도무지 원하는  뭔지를 모르겠다. 기숙사에서 지내는 1 6개월 동안 중대한 결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처음 올 때는 1년쯤 지나면 살고 싶은 데가 생길  알았다. 근데 안 생겨요 ~ 아무 노력 않으면 안 생겨요~~~


지나고 나면 기억은 조작되고 재해석되어,  또한 좋았더라지만,  당시는 힘들었다. 마땅히 의논할 곳도 그렇다고 내가 주체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아니 이건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고 경험의 부재였다. 혈연, 지연, 학연 아무것도 없으니 이넓은제주도 어디에 내 깃발을 꽂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생각을 바꾸어 매인 곳이 없으니 살고 싶은 곳 그 어디라도 나는 갈 수 있어. 원하면 마라도, 우도에도   있어라며 생각을 바꾸니 그래도 알아볼 힘이 났다.


원룸 얻을  유의사항, 부동산에 호구로 보이지 않는   유튜브 두어 개를 보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수첩에 적었다. 1. 서귀포에서 제주대 학교를 다닐  있는 281 버스가 다니는 길목일 , 2. 햇빛으로 빨래를 말릴  있을 . 환기가    3. 월세 외에 월고정지출인 관리비 등이 적을 . 되도록 연세나 전세를 원하며 집만 맘에 든다면  수도 있다고 마음 정하고 부동산을 찾아갔다. 부동산 두세 곳과 전화를 해보는데 하루 안에 약속이 잡히지 않았다.   물건은 나와의 인연이 아닌가 보라고 마음을 편하게 했다. 운이 좋았다.  한번 서귀포로 건너와   채보고 30분 만에 처음에  것으로 정했다. 좋은 물건은 한두 시간을 넘기지 않고 계약이 된다고 들었고  맘에 드는 물건은 남들도 맘에 들어할 터였다. 망설여봐야 거기서 거기일테고, 나의 감을 믿기로 했다. 이런 경우, 저런 경우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생각만으로 머리 복잡했던  날들에 비해 실제 행동은 빠르고 신속했다. 한번 와서 집 보고 계약, 두 번째 오면서 이삿짐 싸들고 와서 잔금 치르고 집에 들어갔다.


나는 남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북으로는 한라산이 보이는 서귀포로 왔다. 교통이 편리한 곳에 원룸을 얻었다. 떠도는 삶을 동경하지만 그래도 지낼 곳이 정해지니 마음이 편하다. 기숙사에서 지내는 내내, 어딘가로 가야 하는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으니 내가 거주의 안정성을 갈구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제주에서 지내면서 사람들에게  구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했는데 지인들의 도움을 못 받았다. 이유는 나중에 깨달았는데, 이동성이 크지 않은 제주사람들은 이사 경험이 드물며 이사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해줄 말이 없는 거였다. 그래도 서귀포로 이사 왔다 하니, 많은 분들이 미리 이야기하지그랬냐며 집 보러 다닌 , 이사한 일을 물어봐준 것으로, 그리고 지나는 길이면 여러 자취용품들을 가져다주며 환영해주는 것으로 서운한 마음을 씻었다.


루나파크라는 만화가가 있다. 그녀는 전세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전세보증금을 받기 위해  년 동안 집주인과 법적 공방을 하며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마음과 몸은 따로가 아니니, 몸이 아파 우울한 건지 우울해서 몸이 아픈 건지, 여러 병을 얻었다. 법적인 문제, 오간 서류들, 투병기, 이사 등의 과정을 그린 만화로 지상파 방송 출연, 책 발간, 유튜브 등을 하게 되며 유명세를 얻었다. 나는 쉽게 집을 얻어 고생담도 없고, 대출을 얻지도 않았다. 이렇게 a4 한 장 분량의 글이 전부다. 고생하여  소재를 얻을래, 그냥 편하게 살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떤 걸까. 금도끼 줄까 은도끼 줄까, ~~하며 망설이다가 신령님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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