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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공부하기-시작은 마치 다 이룬 것처럼

엔딩은 마치 승리한 것처럼

by 인유당

3월 3일 월요일이 대체공휴일이었다. 그리하여 개강은 4일이었다. 화요일이었고 한 바퀴 돌아 10일 월요일에 처음 강의가 시작된 과목이 있었다. [다문화교육연구], 정식 교과목명은 이렇다.


수업의 첫 풍경 이야기를 한다.

월요일 수업을 들어갔는데, 돌아가며 약간의 질문과 덕담을 하셨다. 잘 지냈는지를 묻고.... 내게는 드디어 입학을 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고 해주셨다.(면접보고 교수님이 입학을 허락해 주신 건데....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에 또 이야기를 하겠다만, 아무나 뽑지 않는 게 윤리과의 원칙이라는 이야기를 나중에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듣게 된다) 그리고는 대학원 생활에 대한 아우트라인을 잠깐 말씀하셨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정리하려고 한다.


B교수님은 학과 내에서 정치/시민/ 북한/다문화 등을 담당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다른 두 교수님들의 전공이나 담당하는 영역을 대략적으로 말씀해 주셨다.

대학원 진학이라는 게 하위학문분과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온 이상 필수과목이라는 게 있다. 자신의 선호나 선택만으로는 안 되는 거다. 싫거나 좋아하지 않아도 일단은 들어보고 그다음 좀 더 깊이 있게 해보고 싶은 걸 해라.

그렇다면 논문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두 가지로 이야기되는 것 같다. 내가 공부한 것들을 종합해서 종결을 짓는 거라 생각할 수 있다. 또 다른 것으로는 독립연구자로 연구의 출발선에 서는 출발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새로운 것을 공부한다는 것보다는 관심 있는 것을 깊이 있게 보면 좋겠다.


교수님의 말씀은 참으로 원론적이고 도덕적이다. 이대로 따르고 싶다. 그리고 멀리 도는 것처럼 보이는 우직한 방법이 종국에는 부작용없는 정통의 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으며, 이것이 나의 가치관이 되어가고 있다.


B교수님을 좋아하지만, 교수님의 담당과목을 끌리지 않고 내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일을 조금 적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참이었다. 그냥 대학원생들끼리 이런 말들을 주고 받고는 한다. 빠르게 논문을 쓰고 졸업하려면 논문의 주제와 목차를 어서 정하고 관련 교과목만 들어라. 내 논문 관련 자료 정리해서 수업시간에 발표하고 그것을 어서 소논문화해라. 수업시간에는 내 논문에 넣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만 빠르게 발췌하듯 낳아 채 놓으라고. 그러면 2년 혹은 2년 반 만에 논문 쓰고 박사졸업할 수 있다고. 그런 '빠르게 박사논문 쓰는 법'이라면 B교수님이 담당하는 교과목과 내 논문과의 연관성은 적어 보인다.(다른 교과목을 들을 선택이 있다면, B교수님의 수업은 밀리지 않을까, 도의상으로는 들어야 하지만, 실용적인 면을 따진다면)

추가 설명: 담당교수님은 알던 분이었으나, 교수님으로서 수업은 처음이었다.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B교수님이라고 칭하겠다. 나는 얼마 전 짧게 직장생활을 했었는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는 교내에 위치한 사업단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했었다. 그때 사업단 단장이 B교수님이었으니, 교수님과 나는 직장상사와 직원이었다. 원래 사업단장님의 정체성은 교수님이기는 했지만, 내가 교수님으로 만날 일은 없었고(회사에 취직하기 전까지는 그런 교수님이 있는지도 몰랐다. 지금은 내 전공이 되었지만 도덕, 윤리, 교육 이런 거를 내가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도덕윤리과라는 과의 존재를 신경 써본 적도 없었다.


아마 뭔가를 설명하는 데에 설명보다 부대환경으로 관련된 사람에 대한 설명이 길거다. 그러니까 나는 사람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모양이다.


내 전공을 하게 된 데는 지도교수님의 영향이 무척 큰 듯이 이야기하지만, 나를 끌어당기는 요인(좋아하는 것)보다 나를 밀어내는 요인(싫어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나로서는, 아마도 B교수님이 견디지 못할 만큼 싫었다면, 아마도 지금 내 전공을 선택하는 데 장애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전공하게 된 과의 교수님들은 모두 다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온다. 참 좋은 전공이고 참 좋은 교수님들이다. 나만 잘하면 된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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