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학과마다 교수님마다 다른 기준
사람을 선발하는 것은 그 기준이 투명하고 정당해야 한다.
정의의 문제이다.
국립대라고는 하지만 지역에 있는 대학을 다닌다. 지거국이라고 불린다. 대한민국의 대학은 서울에 있는 대학과 서울에 있지 않은 대학이라는 이분법이 존재하는 것 같다. 서울에 있지 않은 대학은 그 서열화에서 밀린 느낌이다.
지역에 있는 대학은 서울에 비해 경쟁률이 낮고, 필요한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반적인 상황을 전제하여 나는 내가 지원할 과를 조금 우습게 생각했다. 과 자체를 우습게 생각했다기보다는 지원자가 적으니까 웬만하면 뽑아주겠지, 지원자가 엄청 함량미달이지 않다면....이라고 생각했고 그리하여 내가 떨어질 거라는 생각은 그다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도교수님이 어떻게든 넣어주실 거라고도 생각했다.
면접은 다 그 정도는 하는 거 아닌가. 왜 이 학과에 지원했는지, 석사 때 어떤 논문을 썼었는지, 박사에 들어온다면 어떤 걸 연구하고 싶은지.... 그리고는 교수님들마다 돌아가면서 디테일한 신상이나 공부에 대한 걸 물으셨었다. 제출한 서류도 꼼꼼히 보신 듯했다. 면접을 참 제대로 성의 있게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하신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원자가 워낙 적어서 웬만하면 일단 뽑고 볼 거라고 짐작했다. 그 학과의 존폐가 달려있는데 한 명이라도 지원자를 받아 입학을 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다른 대학원생에게서 교수님들의 생각을 듣게 되었다.
교수님들은 지원자가 정말 공부를 할만한 요건이 되어야 뽑는다고 하셨다. 공부할만한 사람이 없다면 학과가 없어지는 게 차라리 순리라고 생각한다 하셨다.
그러니까, 나는 교수님들이 보시기에 공부할만한 사람이라서 뽑힌 거다. 이 말이 주는 무게감이 대단했다. 나는 그냥 달리 할 것도 없고, 제주도에 있는 게 좋고, 공부가 내가 좋아하는 일이 될 거 같아서, 앞으로도 계속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체험해 보려고 박사를 지원한 거였다. 뭐 엄청난 각오 없이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공부나 해볼까, 하다가 아님 말고 같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교수님들은 의지, 노력, 공부할 능력, 열정 등등을 고려하여 학생을 선발한다고 하셨다.
너무 애쓰거나 열심히 하지 말고 즐겁게 공부하세요~라고 지도교수님은 말씀하시지만(절대로 부담을 가지면 안 된다고 강조하신다) 조금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학교생활에 임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