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에서 인심난다
SNS 인스타는 내가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를 과시하는 장(場)이라 한다. 근사한 사진 올리고 짧은 글.
막 피기 시작한 유채꽃을 길에서 꺾어 가져와 유리컵에 담그고
90프로 다크초콜릿을 간식으로 먹고
커피는 페루 원두를 갈아 드립을 하고
아침은 그릭요구르트에 세 가지 베리믹스 냉동과일, 여기에 호두정과와 잣 토핑.
아는 사람들과는 인친, 페친으로 얽혀 어느 정도 서로의 활동이 감지된다.
예를 들어, 이 사진들이 올라가면, 잘 지내는구나 기본적으로 안부가 전해진다. 커피 원두와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내게 원두를 볶아 보내는 친구에게 잘 마시고 있다는 말과 같다. 역시나 호두정과와 베이글 과자를 보내준 친구에게도 잘 먹고 있다는 메시지.
내 여유 있는 시간들.
아무 곳에도 매이지 않고 자고 싶을 때 자고(물론 건강을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일찍 자려고 노력한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걸 먹는 이런 행복한 삶이라니....
난방 없으면 섭섭한 정도의 기온. 핫팩의 온기가 도움이 된다. 아끼지 말고 하루에 하나씩 핫팩을....
그러려고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요일을 만들었다. 예전에는 토요일에도 학교를 가고 회사에도 갔었는데(주 5일 근무가 정착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제 토요일 일요일에는 일하지 않는 게 당연해졌다. 나아가 5일 근무도 많으니 4일 근무가 좋겠다는 희망사항도 흘러나온다. 학교도 어느새인가 금요일 수업이 줄었다. 잘하면 금요일도 쉴 수 있고.....
게으르고 미루는 나를 밀어붙여 시간을 촘촘히 계획하여 뭔가 해내게 하고 싶기도 하고, 이렇게 의도적인 여유를 가진 채 여유작작하고 싶기도 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 친절은 '여유'에서 나온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의 곳간은 경제적인 여유뿐 아니라 시간적인 것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