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학원생 공부하기-객지생활

타지살이에 낭만은 없다

by 인유당

자발적 유배 같은 기분으로 제주에 왔다.

제주 1년살이가 유행이라지만, 여행객의 마음과 '살이'는 조금 다르다.


최악의 상황과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게 사는데 마음 편할까.

그보다 나쁜 일은 없을 테니까.


타지에서 사는 건, 그냥 내가 외국에 가서 산다, 나는 외국인이다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


제주 탐라국에서 산다. 환전 안 하고 그냥 한국돈 쓰고 특별히 외국어 안 써도 의사소통 가능하지만 외국이다. 그러니 그들의 언어를 다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다른 기후에 적응해야 하고 그들의 커뮤니티에 속하지 못해도 아쉬울 것 없다.


나는 그런 이도저도 아닌 경계인 같은 내 처지가 좋다.


" 현지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채로 일본에 온 대가는 컸다. 새 나라에서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도쿄가스에 전화를 걸어줄 수 없고, 날아오는 온갖 고지서를 해석해 줄 수도 없고, 집 계약 내용을 듣고 이해해서 설명해 줄 수도 없다. 가족도 없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이 모든 대가는 나 혼자 오롯이 치를 수밖에." [긴 인생을 위한 짧은 일어책], 김미소(2024), 동양북스, 22p.


살던 곳을 벗어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경제적인 문제 등은 오히려 부차적이었고, 과연 내가 떠날 수 있을까, 내게 결단과 용기가 필요했다.


자주 할 말이지만, 어떤 결정을 할 때, 인력과 척력이 작용한다.

하지만 인간은 계속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법. 이동진은 입사 십여 년 후인 2006년 퇴사를 감행한다. “조직 생활에 안 맞다”는 생각에 ‘망가져도 좋다’는 마음으로 출근이 늦어버린 어느 날 “충동적으로” 퇴사를 감행한다. tvN ‘유퀴즈’에 출연한 이동진은 당시 상황에 관해 “외부의 매력적인 것이 나를 끌어 당기”는 인력과 “내부의 문제들이 나를 밀쳐내”는 척력 중 “‘척력’이 퇴사에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 독서신문(http://www.readersnews.com)


내가 연고도 없는 지역인 제주에 와서 살면서 마음속으로 해보는 질문이 두 가지이다.


제주에 살고 싶어 와서 학교를 다니는 걸까, 대학원에 다니며 공부가 하고 싶어 제주에 온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49:51 이거나 51:49쯤 된다.


그리고 인력이었을까, 척력이었을까.... 그것도 생각한다.

공부가 하고 싶었을까, 다른 지역에 가서 살아보고 싶었던 걸까

그때의 내 생활이 권태로워서 탈출하고 싶었던 걸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대학원생 공부하기-석박과정생 식사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