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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숲섬 Apr 19. 2023

홈, 스위트 홈

오랫동안 이곳을 비워놓았다. 바쁘다기보다는, 이 공간을 아무 글로나 채울 수 없다는, 뭔가 그럴싸한 글을 써서 올리고 싶다는 부담감이 컸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내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대단한 기회이니, 뭔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sns에 간단히 쓸, 생활잡문은 넘치는데, 딱히 길게 쓰게 되지도 생각이 확장되지도 않았다.

SNS에는 자기 검열을 하여 쓸 수 있는 글의 내용이 한계가 있고, 블로그도 어쩐지.... 그렇고.


어딘가에 글을 쓰면서 느낄 나의 해방감의 장소가 필요해졌으니, 이 브런치도 그냥 나의 일기장이 되어버릴 모양이다.


어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064로 시작되는 전화는 일반전화였고, 제주 지역번호였다. 아직 제주번호로 스팸전화를 받은 적이 없으니, 받아야 할 받아도 될 전화다. 

 제주불교신문이다. 원고청탁이다. 사정이 있어 휴간을 했었고 5월 1일에 신문을 재개하는데, 글을 하나 보내달라고 했다. 나는 기자님에게 생각하고 있는 주제가 있냐고 물었다. 가정의 달이고 부처님 오신 날도 있으니, 가족사랑 같은 내용이면 좋겠다고 했다. 알았다고 보내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는 머릿속에 계속 생각이 맴돈다. 홈, 스위트 홈이라.... 가족이라.... 내가 가장 까는 주제가 아니던가. 일반 지면이라면 나는 왜 이런 주제를 싫어하는가, 한국인의 가족사랑이란 얼마나 허상인가 등등에 대해 쓰면 얼마든지 지면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원고를 부탁한 곳이, 부처님의 사랑이 넘치는, 보수적인 종교신문이지 않은가...


하하하.. 허허허.... 어디서 뭘 찾아 참고로 하며 글을 써볼까......


덧: 신문사와 연락을 주고받는 그분이 아니었다. 휴간을 하게 된 신문사의 내부사정이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내게 연락하던 분이 바뀐 걸까. 이건 어디에 물어봐야 하는 걸까.


과연 나는 이 원고를 어떤 방향으로 풀어써서 보낼 수 있을까. 하기 싫은 주제도 그럴싸하게 써내야, 나는 글을 써서 쌀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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