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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숲섬 May 14. 2023

배부른 소리

투덜대는 나를 발견하고는

 부정적인 인간이 진화의 과정에서 생존에 유리했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내 조상들은 낙천적이기보다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로 걱정에 대비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거다. 그렇게 애초에 DNA에 깊이 박힌 사고로 살아가게 되어있는데 어쩌란 말인가,라고만 내버려 두기엔 이제 세상은 평화롭고 굶거나 추워서 얼어 죽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타고난 성품을 버리지 못한다. 어떤 일이 있을 때 부정적인 말, 안될 거라는 전제가 깔린 투덜거림이 앞서는 나를 발견한다. 주위에 말 많고 나쁜 이야기 해서 기운 빼는 사람들 꼭 있다. 그게 나다. 


 아, 요즘 나의 투덜거림을 보자. 이건 어디에 가서 말 못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 심정으로. 대나무숲에 찾아가는 마음으로.


 팀플을 하고 있다. 우리 팀이 마음에 안 든다. 욕심껏 하나라도 더 하려고 애써도 부족할 판에, 팀장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아이템을 줄이고 있다. 딱 봐도 우리 팀이 가장 노력과 수고를 하지 않는다. 아이디어도 신박하지 않고 애쓰지도 않는다. 텀블러로만 부족해서 텀블러 캐리어를 넣으려고 했는데, 링크사업단에서 허접하다며 승인을 안 해줬단다, 빼자고 한다. 애들을 만나 대면회의를 할 때 보면, 뭐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런데 카톡으로 회의하고 일을 추진하면 자꾸만 김이 샌다.

 전면으로 나서서 내가 휘두르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시행착오를 할 기회를 줘야 한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팀장에게 일종의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주려고 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난 학점이나 평가를 받지 않는 옵서버 즉 청강생이기 때문이다. 청강생이지만 교수님은 내게 아이들과 똑같이 팀플을 하고 과제를 수행하라며 팀에 넣어주셨다. 교수님의 배려이기에 '네, 하겠습니다.'라고 했고 열심히 할 것을 마음으로 다짐했다.( 교수님은 내가 성의 있고 열심히 하는 성실한 학생임을 알고 계시다. 단 혼자 일 때임을 이번에 알았다.)

 첫 회의에 줄 서서야 먹을 수 있는 동네 맛집의 김밥부터 준비해 갔다. 어떻게든 성의를 다하고 싶었다. 내 나름의 방식이었다. 먹여가며 분위기 좋게 하려 했는데, 팀 구성원의 문제인지, 요즘 아이들의 분위기인지 알 수 없다. 늘 서먹하고 불편하다. 회의라는 것도.... 참 콤팩트하고.... 별말 없고.... 회의가 끝나고 나면 아이템은 없어지거나 줄어있고 갈수록 우리 팀의 프로젝트는 초라해진다.


 무엇이 원인인가를 생각한다. 내가 불편한 이유. 이유는 확실하다. 욕 얻어먹고 싶지 않다. 나에 대해 나쁜 이야기 듣고 싶지 않다. 2학기에 또 이 과의 '도시브랜딩'수업을 들을 건데, 그때 또 볼 아이들이다. 내가 평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임을...... 새삼..... 알게 된다.


 나이 먹었으면 가만히 하던 일이나 하며 집에 있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갖는 기회들은 나를 알게 한다. 나이 들어 눈 뜬 새로운 사실이 놀랍도록 소중하다. 그러나 가끔 뜬 눈 감고 싶도록 나는 세속적이고, 고상하지 않으며, 천박하다. 욕심이 많고 탐욕스럽다. 이런 나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숙제만 많다. 나에 대한 탐구까지 한다. 



 투덜이 스머프가 생각나서 찾아봤다. 이 모습, 지금의 내가 아닐까.

항상 불만에 찬 얼굴로 뭔 일만 있으면 "난 ○○가 싫어"라고 투덜거린다. 늘 팔짱을 끼고 다니며 용무가 없으면 팔짱을 풀지 않는다. 어떨 땐 다른 스머프들의 위기를 극복하고 구해내기도 한다. [7] 스머프가 공산주의만화라는 의견에 따르자면 모티브가 스탈린이라고 한다.


감정 표현이 서툴러서 실제 감정과 정반대로 말하는 경우도 꽤 있다. 아기 스머프를 처음 봤을 때도 아기가 싫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아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정성을 다해서 돌본다. 그런데 아기를 데려왔던 황새가 착오가 있었다면서 다시 데려가려 하자 아기를 데리고 마을 밖으로 도망친다. 도망 다니는 와중에 악천후를 만나 고생하고서 결국 마을로 돌아왔고, 떠나보내기 싫다며 울음을 터뜨린다. 정확한 대사는 "I hate giving up(난 포기하는 게 싫어)!" -나무위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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