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공부하기-연구 소모임

슬기로운 학교생활-서류는 내가 쫌 하지

by 인유당

주말에 단톡방에 톡이 떴다.

수업 중 과제, 교수님의 전달 사항, 책이나 관련 유튜브링크 등을 공유하기 위해 개설된 단톡방이다. 교수님이 개설하셨으니 교수님이 계신 방이다.( 교수님을 빼고 연락하는 단톡방 다들 있으시죠?)


주말에 연락을 주고받는 게 그냥 다반사다. 이유는 우리 교수님은 그냥 공부밖에 모르시는 분이다. 밤인지 새벽인지, 평일인지 휴일인지 그런 개념 없으신 분이다.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다. 교수님이 공부하다가 우리 중 누군가의 연구 관련 자료를 만나면, 아무개 선생님 하고 부르시고는 자료를 촤라락 올리신다.


주말에 갑자기 연구소모임 지원사업에 우리도 신청을 해보자며 관련 공문을 올리셨다. 다들 조용하기에 할 수 없이, 내가 손번쩍 들고,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자원을 했다. 내가 서류는 쫌 한다. 그리고 이런 형태로 지원금 받고, 결과 보고서 쓰고 돈 청구하는 업무를 했었다. 그러니까 낯설지는 않은 형태의 일이라 그냥 내 재능 기부한다 생각하고 좋은 마음으로 일하기로 했다. (우리 지도교수님은 복도 많지!)


신청서를 쓰기 위해, 각 대학원생들의 학번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가 필요했다. 과제를 올리는 교수님 카페에 가서, 과제마다 확인해서 1) 학번 확보했다. 2) 전화번호-단톡방에 들어가 개개인을 눌렀더니 다행히 내게 전화번호가 있었다. 3) 이메일주소-학기 초 단톡방 개설 전, 과대표가 자료를 배포하느라 단체메일을 보낸 게 생각나서 열어봤더니 역시나 이메일주소가 쫘라락 나열되어 있었다.


이렇게 해서 개인신상에 관계된 자료들을 일일이 개인들에게 묻지 않고 해결했다.


그리고 신청서에 들어가는 교수님 사인.... 학교에 가서 받아야 하는데, 그냥 서류 시작한 김에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교수님 사인이 들어간 내 석사논문 사인란을 사진 찍어 본 서류에 붙였다.


여기에서..... 그동안 오래도록 쉬어서 솜씨가 녹슬었다. 이미지로 만들어 종이를 하얗고 투명하게 만들어서 원래 서류에 추가해서 넣는 일은 몇 단계의 과정을 찬찬히 거쳐야 한다. 그리고 왜인지 잘 알 수 없지만...... 내가 원하는 위치와 크기로 넣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서 시간을 많이 썼다.


그리하여 무사히 서류를 완성해서 PDF파일로 만들어서 내가 일했다는 걸 과시할 겸, 교수님께 보냈다.


그러나, 모집마감 날짜가 지난 후였고,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볼까 망설이는데, 교수님이 전화해서 알아보셨다. 2학기에 모집을 또 한다고 하니, 그때 혹시 2학기 신입생이 들어오면 신입생 추가해서 신청하면 된다.


나는 90년대 생도 아니면서, 컴으로 하는 일은 하면서, 누군가와 전화로 업무를 주고받는 건 싫다. 특히나 내가 뭔가를 문의해야 한다든가 부탁을 해야 한다든가 그런 거 싫다.


박사과정을 밟는 일은 공부가 90이고 기타가 10일 줄 알았는데, 살아보면 어쩌면 공부는 가장 중요하지만, 그것만은 절대로 아니다. 부차적인 것의 비중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공부, 물론 쉽지 않다. 이것만으로도 아주 벅차고 매 순간 자괴감이 든다. 내가 이렇게 모지리였나~~90쯤 생각하다 가끔 어머 잘하고 있어, 잘했어~~ 감격의 순간이 10쯤 된다.


심보선 식으로 말하면 슬픔이 없는 건, 단지 십오 초쯤.

김정운 식으로 말하면 나는 박사과정에 간 것을 후회한다, 아주 가끔.


공부만 하면서 살고 싶다는 건 꿈이다. 박사과정에서의 필수 논문투고. 적당한 학회지 알아보고, 투고하고 ~알아서. 학교 공지사항 확인하고 내게 해당되는 것 찾아 하고 ~알아서 .... 이런 거 다 나 혼자 스스로 해야 한다. 닥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나는, 박사 논문 심사해줄 심사단도 꾸려야 하고, 심사일도 정해야 하고 이런 거도 ~ 알아서. 독립연구자가 되는 일, 쉽지 않아!!! 결국 다 해낼 거지만...


공적인 일, 서류하는 일, 공공기관 상대하는 일....... 이런 게 살면서, 생활인으로 부닥치는 어려움이나 피해 갈 수는 없다.


오늘 학교 지원사업 지원하느라 서류한 이야기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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